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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ROLa 잡지의 타케우치 나오코 인터뷰 #2

Endy83 2013. 12. 30. 20:55

 

 

지난 번 기사에 이은 11년만의 타케우치 나오코 인터뷰 기사 2편입니다.

2013년 ROLa 지 11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소년 아야의 "여자의 문명론" #02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중편 ~여자의 욕망, 전부.~

 

 

여러 기적이 겹쳐, 어느 샌가 이루어진 타케우치 나오코 선생님과의 인터뷰. 저는 신이 실재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애매한 실감을 가진 채로,  망연히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흘러가던 중에, 화제는 세일러 문 탄생비화로부터 이윽고 당시의 상품이나, 선생님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도록 확장되었습니다. 하나하나 모두 귀중한 에피소드였죠. 부디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소년 아야 : 세일러문은 이야기도 그렇습니다만, 작 중에 등장하는 상품도 매력적이죠. 저도 잔뜩 모으고 있습니다.

타케우치 나오코 : 저도 예전에는 대량으로 가지고 있어서, 커다란 창고를 하나 빌렸을 정도였는데, 계속 이사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처분해 버렸어요. 굉장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야 : 눈물 나도록 아까운 이야기네요... 아이템 디자인 같은 데에는 선생님도 같이 참여하셨나요?

오사노 후미오(타케우치 씨 담당 편집자) : 이 롯드(스파이럴 하트 문 롯드) 같은 것은 그야말로 그렇습니다. 늦은 밤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디자인하고 계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타케우치 : 오랜만에 기억나네요. 지금까지 없었던 살짝 진품 같은 형태가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모 왕실의 스틱 같은 것을 이미지로, 호화롭게 더 호화롭게 라고 디자이너 분께 부탁드렸습니다.

아야 : 이 노력을 요즘 어린이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타케우치 : 반다이 쪽 담당자분이 "이렇게 하면 4전 떨어져"라면서 전 단위로 돈 얘기를 하셨던 걸 잊을 수가 없네요.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신거지 했더니, 당시 물건을 중국에서 제작하고 있었는데, 제작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담당자가 1엔 이하까지 엄밀하게 교섭하고 있었다나요. 깜짝 놀랐죠.

아야 : 그렇게 해서 이처럼 멋진 물건이 탄생한 것이로군요. 세일러문의 아이템은 전체적으로 어딘가 여성적인 기품이 풍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타케우치 : 인상적이었던 것이, 반다이에서 상당히 일을 잘 하시는 여자 담당자분께 "R이 중요해요"라는 얘기를 들었던 거예요. R이 뭐지? 했는데, 둥그스름한 느낌을 말하는 것이더라고요. "아무튼 R을 만들어 주세요." "여기의 R이"라는 식으로 자주 R이라는 키워드가 나와서 도움이 됐어요.

(역자 - 일본 위키를 보니 건축용어에서 R은 Radius;반경의 약자로 모서리를 둥글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야 : 세일러문 아이템이 호화로운 것은 R의 공적이 크다 이 말씀이시군요!

타케우치 : "세일러문"은요, 저도 20대 여성이지만, 반다이 담당자 분도 젊은 축의 여자분이 많았어요. 그 여자들의 시선을, 좋은 시대에 좋은 타이밍에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작품을 보자니 "케이온!(けいおん!)"이 귀엽다고 생각헀는데, 역시 여자 감독님이었고, 스태프 중에도 여자 분이 많더라고요. 이처럼 여자들 감성으로, 여자들의 미의식으로 만든 작품이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신에게도 신이 있었다

 

아야 : 타케우치 선생님에 대한 것도 여쭙고 싶습니다. 만화가로서 데뷔하시기 전에 오리지날 셀화를 그리며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타케우치 : 이걸 말하면 나이를 들키고 말텐데, 고등학교 때는 신쥬쿠의 애니멕(애니메이션 관련 잡지사 - 역자)에 셀화를 그리는 키트를 사러 가서, 자주 그렸었어요. 학교 빼먹고 도쿄의 애니메이션 샵에도 가고(웃음), 이미 그냥 말 그대로 오타쿠 소녀였죠.

아야 : 소녀만화도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타케우치 : 유치원 때, 사촌 언니네 세 자매가 근처에 살아서요, 만화를 자주 보여줬었어요. "에이스를 노려라!"랑 "베르사이유의 장미" "하이카라 씨가 간다" "모래성" 등, 언니들은 많이들 보는 거장의 만화를 보고 있었지만 저는 더 어려서 "캔디 캔디"에 푹 빠져 있었죠.

아야 : 더 소녀다운 걸 좋아하셨군요.

타케우치 : 사토나카 미치코 선생님이랑 야마토 와키 선생님의 초기 1960년대 작품이 퇴폐적이고 어두워서 어려웠지만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우에하라 키미코 선생님의 작품도 화려하고 드라마틱해서 너무 좋아했고요. 아가리시 유미코 선생님이나 하라 치에코 선생님도 꿈이 있는 작품들 뿐이라 정말 좋았고, 이 다섯 분의 선생님이 제게 있어선 여신님들이에요. 그리고 미우치 스즈에 선생님이 제 신이시죠! 단행본은 모두 갖고 있어요. "유리 가면" 이전의 단편 작품이 너무 멋져서, 정말 열심히 읽었고, 굉장히 그 영향을 많이 받았죠.

아야 : 신에게도 신이 있다니...

타케우치 : 그리고, 소녀만화만으로는 부족하게 돼서 푹 빠진게, 히지리 유키 선생님의 "초인 로크"에요. 너무너무 좋아했죠. 그 쯤 해서 SF에도 눈을 뜨게 됐어요.

아야 : 확실히 "세일러문"의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네요.

타케우치 : 맞아요. 마츠모토 레이지 선생님의 SF도 너무 좋아하고, 하기오 모토 선생님이랑 타케미야 케이코 선생님의 만화도 엄청나게 읽었어요! 지금까지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이 4분도 신입니다.

아야 : 신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입니까... 감개무량하네요.

타케우치 : 어른이 되어서, 거장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그림도 스토리도 여백도 완벽해서, 한 치의 틈도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크린 톤이랑 CG 처리도 거의 없을 적의 작품이 특히 예술적이라, 펜 선만으로 표현하는 게 너무 훌륭해요. 제 작품은 내세우기 부끄러울 정도로 잡스럽고 적당하죠. 태클 걸 부분도 잔뜩 있고요. 지금 팬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말은, 프로 의식이 빠져 있는지라 그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보기 흉한 만화라서 정말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야 : 말도 안돼요!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도시락 싸기

 

아야 : 지금 현재 취미 같은 건 무엇인가요?

타케우치 : 옛날부터 옷을 보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싸고 예쁜 옷들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사실은 나가서 천천히 쇼핑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지만 시간이 없어서요.

오사노 : 선생님께서는 아침에 굉장히 일찍 일어나시거든요.

타케우치 : 맞아요. 애들 도시락을 싸야 하니까 대체로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아야 : 신께서 도시락을 싸신다고요!?

타케우치 : 그래도요, 애들도 처음에는 도시락을 잘 먹어 줬었는데, 요즘은 학식을 먹으러 가기도 하는 모양이라, 남겨서 오기도 하고 그래요.

아야 : 크으...어떻게 그럴 수가! 제가 대신 혼내드리고 싶을 정도로군요! 그런데 지금 자녀분들이 ...

타케우치 : 중1짜리 아들이랑 4살짜리 딸이 있습니다.

아야 : 그럼, 따님께도 세일러문을 보여주거나 하시나요...?

타케우치 : 살짝만요. 부끄러워서. 세일러문 배낭을 지게 하고 캠프에 가면 선생님들이 "아, 세일러문!"이라고 반응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아야 : 언젠가 자연스럽게 세일러문을 만나게 된다면 로맨틱하겠네요. 아무튼, 엄마가 만화의 신이라니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타케우치 : 에이 무슨 말씀을, 저는 가정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엄마라구요 (웃음). 저 자신이 자유롭게 자라서, 부모님한테 뭔가 해선 안돼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도 막상 제가 애를 키우게 되니까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이건 안돼" "저것도 안돼"라고 안돼안돼 소리만 하고 있어요. 그냥 평범한 엄마랍니다 (웃음).

아야 : 저도 야단맞아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