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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ROLa 잡지의 타케우치 나오코 인터뷰 #1

Endy83 2013. 12. 27. 17:11

타케우치 나오코의 11년만의 인터뷰랍니다.

인터뷰어인 '소년 아야'는 일본의 여성 취향 서브컬쳐 중심으로 글을 쓰는 블로거인 모양입니다.

 

세일러문의 머리색이 왜 노란색인가, 턱시도 가면은 왜 그런 옷을 입게 되었는가? 등에 대한 원작자의 대답이 있네요.

잡지 3부에 걸쳐서 전편/중편/후편으로 연재되는 인터뷰인데, 우선은 전편을 번역해봅니다.

 

 

 

 

 

소년 아야의 "여자의 문명론" #01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전편 ~여자의 욕망, 전부.~

 

드디어 개국한 여자의 제국, 잡지 로라(ROLa). 그 일각에 있는 이 공간에서는 여러가지 여성 취향의 컬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성 취향의 컬쳐는 예를 들면 소녀만화일 수도 있고, 아이돌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것들을 우리는 이미 우리만의 문명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초특급 귀엽게, 자랑스럽게, 뻔뻔스러울 정도로 써내려가고자 합니다. 함께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럼 제1회인 이번에는, 작년 탄생 20주년을 맞이하여, 활활 다시 타오르고 있는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입니다.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 작품은, 변신, 연애, 훈남, 우정, 보석, 드레스, 앤틱한 램프, 전생, 미래...등등, 여자의 욕망이 모두 응축된 90년대 소녀만화의 금자탑과 같은 작품입니다. 그 이름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으며 지금까지도 여자들의 욕망의 항아리를 자극하고 있지요.

 

그런 관계로 이번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원작자인 타케우치 나오코 선생님과 담당자이신 오사노 후미오 씨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만... 무려 허락,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말할게요. 허락해 주셨어요! 그 소식이 도착한 순간, 흥분하고 소리지르다, 기어이는 거품을 물고 쓰러질 뻔했습니다. 어, 어쩌지! 그것도 이번에, 거의 11년만에 인터뷰 취재에 응해주신다는데...점점 어쩌면 좋지...

 

무시무시한 긴장에 휩싸인 가운데, 취재 당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앗, 우리들의 여신님이 바로 저기에!!

 

 

 

 

좌 : 소년 아야 / 우 : 타케우치 나오코

 

 

아야 : 지, 진짜 여신님이...

타케우치 : 무슨 말씀을 (웃음)

아야 : 다, 다시한번 세일러문 20주년 축하드립니다!

타케우치 : 감사합니다.

아야 : 저, 진짜로 그냥 오타쿠라서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당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우선은, 세일러문이 태어난 경위 등을 여쭙고 싶은데요.

타케우치 : 그렇게 뚜럿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어쨌든 [파워레인저] 같은 전대물의 여자아이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예쁜 여자애들이 변신해서 악과 싸우는.

아야 : 그렇군요... 개인적으로는 세일러 전사들이 모두 굉장히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남성 중심 사회의 위압감을 전혀 받지 않은 듯한, 그런 강한 부분에도 끌렸는데요,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많이 신경쓰신 부분은 어떤 부분입니까?

타케우치 : 음... 당시의 저 스스로가 굉장히 자유로웠으니까, 자연스럽게 캐릭터들도 자유분방해져서, 이야기도 장대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되어갔다고 생각해요. 그게 다일까요?(웃음) 나머지는, 무엇보다 그리는 사람인 제가 20대여서 젊었으니까 그릴 수 있었던 만화라고 생각해요.

아야 : 선생님 스스로의 자유로움이 캐릭터들의 자유로움이기도 했군요.

오사노 : 지금은 표현의 제한도, 예전보다 엄격해졌고요. 예를 들면, 중학생인 우사기쨩이 모르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것도 지금은 안되거든요.

아야 : 그러게요. 하지만 아직 어린 독자들로서는, 그런 어른들의 세계를 발돋움해서 엿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곤 했죠... 그런데 턱시도 가면님의 등장에 대한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나요?

타케우치 : 그건 사실 패러디였어요. 학생 시절에 밤의 시부야나 록뽄기에 그런 느낌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을 엄청 많이 봤거든요. 그걸 따라한 것 뿐이에요. (웃음)

아야 : 그 그럴수가... 턱시도 가면님이 록뽄기의 검은 옷 사나이였다니...

 

100번의 노크

 

아야 : 타케우치 선생님의 작품은, 대사의 센스도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메이크 업"이라는 변신 구호. 여자들이 메이크 업이라고 외치며 강해진다니, 너무 멋지잖아요. 세일러 문을 상징하는 이 대사는, 대체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요?

타케우치 : 음... 어떻게 했더라... 마감에 쫓겨서 겨우 짜낸 것 같은데요.

오사노 : 선생님은 잊어버리신 것 같은데요, "문 프린세스 파워 메이크 업"을 결정할 때는, 분명 다 합쳐서 30개는 대사를 뽑아달라고 했을 겁니다. 더 엄청났던 건, "달을 대신하여 벌해주겠다"의 경우에요. 그 때는 탈락한 것까지 합쳐서 대사 100개는 생각해 달라고 했거든요.

타케우치 : 그랬던가요? 오사부(오사노 씨), 진짜로 엄한 사람이었거든요 (웃음)

오사노 : 100번 노크 같은 느낌이었죠.

타케우치 : 정말 그래요.

아야 : 그렇게 많은 대사 중에 엄선된 것이었기에,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겠죠?

타케우치 : 게다가 분명 그 때는 제가 그 캐릭터가 된 느낌으로 정말 열심히 그 기분을 생각하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100개의 대사라니 대체 어떻게 생각해내고 있었는지 (웃음).

 

아저씨한테 맡기면 안돼

 

아야 : 모든 전사가 미소녀라는 부분도 매력적이죠.

타케우치 : 그렇지요. 소녀만화니까요. 제일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이 아저씨(오사노 씨)가 이해를 못해주셨어요. 저는 처음부터 "미소녀전사가 5명 있는, 전대물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잠깐만요, 전대물은요, 뚱뚱한 애도, 안경 쓴 애도 있는 겁니다. 왜 5명이 다 미소녀죠?"라며 불평을 하시는 거에요. 아아, 이 아저씨, 소녀만화를 전혀 모르시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오사노 :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완전히 틀렸지요... 하지만 제 안에서는 전대물이라고 하면, 당시에는 [독수리 오형제]가 대표적인 이미지여서, 다양한 인물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타케우치 : 저는, 그 때 "구시대의 아저씨들한테 여자애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비지니스나 예쁜 것을 맡기면 안되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예쁜 건 여자들 감성과 미의식으로 만들어야만 한다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나카요시]의 편집부도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연배 있는 아저씨들뿐이었고, 우리 여류작가들의 의견은 잘 안 통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오사노 : 아저씨들이 상당히 감성적인 뉘앙스가 안 통하니까요.

타케우치 : 맞아요. 색깔에 대해서도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살짝 가라앉은 색이나 파스텔 컬러 같은 걸 제안하면, 연배 있는 아저씨 편집자가 "더 화려한 색으로 하세요" "잡지를 팔려면 푸르딩딩한 노란색이 아니라, 새파란색으로 해줘요" "핑크는 진한 핑크를 칠해 주세요" 라는 식으로 주문을 한단 말이죠. 사실 세일러문의 머리카락 색깔은 은색으로 하려고 결정했었는데, 잡지 표지용으로 컬러 원고를 냈더니 "이렇게 수수한 색은 표지로는 못 써요. 노란색으로 칠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은색이 공주님다워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아저씨들한테는 "아줌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아야 : 그래서 우사기쨩의 머리카락 색이 노란색이로군요! 우와, 재밌네요!

타케우치 : 노란색으로 한 게 정답이었구나 싶긴 하지만, 여러가지 공방이 있었어요.

아야 : 뭐랄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선생님과 아저씨들 사이의 싸움의 나날이라는 느낌이네요. 어쩌면, 우사기쨩과 친구들보다도 장렬한...

타케우치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