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 20주년/신작 뮤지컬

세라뮤 라 레콩키스타 후기 -2- 어른을 위한 세라뮤

Endy83 2013. 9. 17. 16:42

 

이번 세라뮤 라 레콩키스타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른을 위한 세라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세부적인 내용 이야기에 앞서,

이 "어른을 위한 세라뮤"라는 포인트부터 늘어놓아 보겠습니다.

 

 

간혹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런 항목에는 스포일러 주의 를 달아놓기는 하겠습니다만,

잘못해서 읽으시더라도 항의는 하지 말아주세요 (__)

 

 


 

 

 

 

 

1. 스포일러 주의

이번 세라뮤는 전체적으로 원작 제1기에 엄청나게 충실합니다.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만화책을 그대로 실사화했다는 느낌입니다.

 

얼마나 나오코 여사님 입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원작 만화책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그대로 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주요 장면,

세일러 전사들이 달의 멸망한 실버 밀레니엄으로 가는 장면,

전생에서의 비극, 즉 엔디미온이 죽고, 세레니티가 죽는 장면,

현생에서 세일러문이 엔디미온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 장면

세일러문이 죽은 후 남은 네 명의 전사들이 목숨을 바쳐 세일러문을 되살리는(?) 장면

클라이맥스에서 메탈리아에게 삼켜진 세일러문과 턱시도 가면이 다시 지구를 살리는 장면

 

나중에 DVD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야말로 원작을 현대화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주요 요소를 그대로 살려놓았습니다.

 

 

 

 

 

 

 

 

2. 스포일러 주의

그래서 말인데

원작에 있는 '자살' 장면이 여과없이 나옵니다.

(관련 포스팅 : 세레니티의 자살이, 타살이 된 이유 http://blog.daum.net/sailormoon/13383415)

분명 어린 아이들을 관객으로 상정했더라면 절대 넣을 수 없는 장면이죠.

 

원작 제1기의 주요 모티프는 사실

'전생의 비극이 현생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된다'라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주제입니다.

 

전생에서 세레니티는 엔디미온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 슬픔을 못 이겨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아 자살합니다.

그리고 현생에서, 세일러문은 성검으로 세뇌된 엔디미온을 베어 죽이고(?)

자신 역시 가슴에 칼을 꽂아 죽음으로써 전생의 장면을 그대로 되풀이하죠.

 

원작의 노선을 표방한 실사판에서도 '시공을 넘는 비극 되풀이' 모티프를 그대로 채용했었습니다.

다만 주 시청자 타겟을 어린 여아들로 설정했기에, 표현방법이 좀 달랐지요.

전생에서도 세레니티가 지구를 멸망시키고, 현생에서도 멸망시킨다는 방식을 취하여,

어린이들에게 '개인의 자살'이라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뮤지컬에서는,

이 모티프를 원작의 표현 그대로 가져오고 있었습니다.

전생에서 세레니티가 죽은 엔디미온 곁에서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아 자살하고,

현생에서 세일러문 역시도 똑같은 구도와 방식으로 자살하는 연출이었단 말이죠...

 

예전 세라뮤의 연출이 93년부터 2005년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의 정서를 고려한 내용, 뭐 부모님과의 관계, 꿈, 희망, 친구관계...등을

주로 내세우는 방향으로 오면서 잔인하거나 가학적인 내용이 점차 사라졌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자살' 장면을 그대로 넣어서;;

예전의 밝고 명랑한 뮤지컬을 생각하면서 공연장에 온 저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습니다... ㅋㅋㅋ

 

 

 

 

 

 

3.

어린이들이 관객층에 상정되지 않았다는 또다른 증거는

공연 전 및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열리는 세일러문 굿즈 판매장에 나온 상품들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세라뮤 비디오나 DVD들을 보면,

객석에 어린아이도 상당했고,

팬감사 이벤트마다 어린아이들의 코스프레 대회가 있었는가 하면

회장에서 각종 어린이용 굿즈(카츄샤 마이크, 의상, 마법봉, 변신 브로치 등)를 사는 행렬을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라 레콩키스타 회장에 차려진 굿즈 판매장에 있었던 것은

프로그램북, 티셔츠, 펜라이트, 브로치 파우더(http://blog.daum.net/sailormoon/13383415), 파우치, 생사진

딱 이 정도였단 말이죠. 어린이용 장난감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브로치 파우더는 예약 접수를 받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이 몰려들어서 예약을 하고 있었고 말이죠.

 

 

 

 

 

 

 

 

 

결국 하나 사고 말았습니다 ㅠㅠ

3000엔 넘었던 파우치(소).

아이패드가 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안에 쿠션이 들어가서 사용감이 좋습니다.

 

세일러문 굿즈 홈페이지에 소개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네요.

 

 

 

 

 

심지어 나오면서 관객층을 쭉 볼 수 있었는데

어린이는 거의 없고, 성별 불문하고 거의 다 성인 연령대를 넘은 사람들이더군요.

 

심지어 제가 간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말이죠!

 

 

 

 

 

 

 

 

4.

어쨌든 저는 이 타겟 변경 전략이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일러문이 휴지에 들어간 2005년에도

세일러문이라는 캐릭터를 인지하는 어린이의 수가 급감했던 것이

제작측의 큰 딜레마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 뮤지컬이라는 매체는 어린이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애니메이션과는 달라서

어린이가 보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서 가거나,

부모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데려가는 정도가 아니면

어린이들에게는 영 접근하기가 어려운 매체입니다.

 

때문에 아예 이번 세라뮤에서 '어린이'라는 구매층을 포기해 버리고

어렸을 때무터 세일러문 애니메이션이나 세일러문 뮤지컬을 보고 자라 성인이 된 성인팬층의 구매력과

다카라즈카 가극을 비롯, 무대 컨텐츠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무대 매니아'의 구매력을 노리는 전략을 취한 것이죠.

 

그 전략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다카라즈카 출신 남역탑을 비롯한 수준급 배우를 영입하고

각본도 유치함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썼고, 보다 원작에 충실한 연출을 시도한 것이

이번 뮤지컬의 퀄리티를 크게 올리는 결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세라뮤를 본 다른 일본 관객들이나, 투자사, 제작사도 저와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면

이런 기조의 세라뮤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리라는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DVD 발매는 확정되었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