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 20주년/신작 뮤지컬

세라뮤 라 레콩키스타 후기 -4- 안무와 노래

Endy83 2013. 9. 17. 17:30

 

앞서 다른 포스팅에서 적었다시피

이번 세라뮤는 다소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오페라의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그래서 예전 세라뮤랑은 노래와 안무 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느꼈습니다.

이게 좀 장단점이 있는데...

어찐지 이 포스팅은 아쉬운 점 위주의 공격형 후기가 될 것 같군요.

 

 

 

 

1.

선행 이벤트에서 공개된 세일러 전사들의 테마곡 2곡을 제외하면

노래들이 대체로 오페라처럼 '대사를 음으로 읊는 방식'이라

캐릭터와 대사와 장면의 분위기를 정확히 전달하는 느낌은 좋았습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듯한 가사를 듣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참 좋았지요.

 

그러나, 예전의 세라뮤와 달리 멜로디가 전혀 뇌리에 남지 않고

"아 좋은 노래다!"라는 느낌도 굉장히 약하고 신나는 느낌도 없습니다.

 

예전 세라뮤는 Dark Side Edition(http://blog.daum.net/sailormoon/9307392)이라는

악역의 이미지송만을 담은 앨범이 따로 발매될 정도로

악역들의 노래도 굉장히 귀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있었는데...

 

조금 과격하게 말해서 이번 라 레콩키스타는,

그 세일러 전사들의 2곡을 제외하면 건질 게 하나도 없습니다!

 

2005년까지의 세라뮤 음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귀가 즐거웠던 저로서는

솔직히 아주 많이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물론, 다른 포스팅(http://blog.daum.net/sailormoon/9307392)에서도 지적했듯 타겟 관객 자체가 바뀌었고,

이 세라뮤를 보는 관객의 연령층을 생각하면,

굳이 대중성을 갖춘 곡을 사용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악 발성이 가능한 관록 있는 배우들과 달리

아이돌 배우들은 발성이 영 아이돌 발성이었고

이들의 목소리는 그런 '대사를 음으로 읊는 방식'과는 위화감이 좀 있었습니다.

그게 곡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세라뮤에서, 마모루&우사기의 주옥같은 커플 송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런데 정말 단언컨대 저는 이번 세라뮤의 마모루&우사기 커플송이 전혀 감미롭지 않았습니다 ㅠㅠㅠ

조이사이트와 아미의 커플송도 그렇고요! 헝헝 ㅠㅠ

 

대신 퀸 베릴과 턱시도 가면이 대치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던가...

그런 다카라즈카들끼리의 노래들은, 딱히 노래가 귀에 꽂히지 않더라도,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긴 합니다... ㅠㅠ

 

 

 

 

 

 

2.

그리고 노래가 노래인지라,

'비트'가 없으니 '춤'도 없었습니다.

 

안무들이 거의 다 정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나마 춤이 있다고 하면 많은 이동 없이 제자리에서 추는 춤이 많았습니다.

 

세라뮤 하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수많은 인원이 벌이는 화려한 전투! 가 또 묘미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부족했던 건지, 춤추면서 노래하기엔 체력이 안 되는 건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나마 그 세일러 전사들의 테마곡 2곡의 안무도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세라뮤의 주요 곡들(La soldier라던가 Link라던가, Fire라던가)의 안무가

좀 많이 격하긴 했지만요 ㅠㅠ;;;;

 

안무 면에서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3.

그래도 중간중간 격투장면이 꽤 격한 부분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 세라뮤는 다소 남자배우 쪽으로 격투가 치우치는 면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 여자라 그런지 전사건 사천왕이건 레무레스건 가리지 않고 열심히 치고받더군요.

 

그리고, 객석에 난입도 하고 ... ㅋㅋㅋㅋ

제가 앞에서 8번째 줄에 앉아 있었는데, 하필 자리가 관객석을 가로지르는 통로쪽에 있어서

그 통로에 비너스가 나타나더니 러브 미 체인을 날리질 않나

사천왕이 제 앞에서 공격을 막다가 쓰러지지 않나 ㅋㅋㅋㅋㅋ

 

너무 좋아서 비명을 꺅꺅 지르고 말았네요 ㅋㅋㅋㅋ...

가까이서 본 사천왕은 정말 준수했습니다 후...

비너스는 과연 사랑과 미의 여신이었고요... 후...

 

 

 

 

 

 

 

 

4.

안무 하면 역시 '레무레스'를 적는 것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이번 뮤지컬에서 인상적인 순으로 적자면

 

1. 턱시도 가면

2. 엔디미온

3. 치바 마모루

4. 세뇌된 엔디미온

5. 춤추는 턱시도 가면

 

...은 농담이고, 한 3~4위 쯤에 레무레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체로 다 같은 옷을 입고, 극중에선 애니나 만화책에서 요마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천왕이나 퀸 베릴의 명령으로 세일러 전사를 공격하다가, 우수수 얻어맞고 쓰러지는 역할이죠 ㅋ

 

이런 역은 보통 뮤지컬에서 '앙상블'이라고 부르고, 영화로 치면 '엑스트라'에 해당합니다만

얘네가 이번에 엄청 인상적이었던 건, 정말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세라뮤와 엄청 다른 부분인데,

보통 그런 악역 최하급 캐릭터들은 한쪽에 우두커니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하는 연출이 많았지요.

 

그런데 이번 세라뮤의 레무레스들은 다크 킹덤이 나올때마다 등장해서는

무대에 엎드려서 마치 촉수처럼 끊임없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겁니다.

메탈리아의 목소리가 들리면 다같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엔디미온을 세뇌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의식의 춤을 추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나중에 메탈리아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공중에서 붉은 천 두장에 매달려서 곡예를 하는데

그 때 딱 깨달은게, 예전 세라뮤는 단순히 '댄서'를 앙상블로 썼다면,

이번 세라뮤는 '행위 예술가급 무용수'를 앙상블로 썼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엑스트라는 비중이 별로 없어야 엑스트라지만,

이들의 비중은 극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정말 엄청나게 기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요 메인 캐스트들의 안무는 포기하고 레무레스의 안무에 집중해서 무대의 빈 부분을 채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