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세일러문 R 논문 번역

8. 애니메이션 팬과 애니메이션 산업·코미케적 행사의 공생 관계를 은유하는 키세니안-피오레 관계

Endy83 2009. 1. 25. 07:09
 


    8. 애니메이션 팬과 애니메이션 산업·코미케적 행사의 공생 관계를 은유하는 키세니안-피오레 관계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은 이「키세니안-피오레적 관계」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팬의 관계(애니메이션 산업·코미케적 네트워크와 개별 애니메이션 팬과의 관계)의 은유를 의도적으로 그려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세일러 문의 캐릭터에 매료된 애니메이션 팬의 심리 그 자체를 자기비판한다는 과격한 시도가 이 영화에는 내포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당히 전부터, 적어도 애니메이션·만화 팬의 사이에서는「2차원 콤플렉스(니지콘)」이라는 개념이 폭넓게 유통되고 있었다.  이것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현실의「살아있는」이성에 대해서는 애정을 품는 일 없이, 오로지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에만 존재하는「2차원의」허구의 캐릭터에만 감정이입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TV게임의 발달(이미 허구세계는「3차원적으로」그것도「인터랙티브(상호작용 가능)」한 것으로서 표현되고 있다!)에 수반하여, 이 개념도 확장되어서「버추얼·섹스(가상 현실 공간에 있어서의 성)」이라고 하는 표현이 일반적이 되어,「니지콘」이라는 말은 사어(死語)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러한 허구 세계에서 팬들이 애호하는 캐릭터는, 현실의 살아있는  이성의 냄새라거나 복잡함이 배제되어, 팬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상처입히는 일 없는 소망충족적인 존재로서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그 나잇대의 이성이 가지는 자아나 에고이즘을 수반하는「타자성」이 배제된다.  그 결과 캐릭터는, 성적인 성숙 이전의 소년소녀성과 보호적인 부모상이 복잡한 식으로 합성된 이미지로서 그려져 있는 일이 많다.


 즉 여성 캐릭터는, 연령이나 용모나 피부의 윤기는 사춘기 이전의 다소 가냘프고 청순한 소녀이면서, 가슴이나 허리는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비율의 몸매를 가지며, 성적 욕구에 너그러운 보호자로서 에스코트와 함께 자신을 따라주는 존재로서 그려지는 것이 많다1).  남성상의 경우에는, 호리호리한 소년적인 체격, 쿨한 느낌으로 끈적거리지 않으나 착실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보기보다 훨씬 운동 능력도 있다…라 할까.


 본디(여성상으로 말하면),「고지식하고 금욕적인 우등생형」「불량소녀형」「악녀·요녀형」「고압적인 누님 형」「운동 좋아하는 건전 소녀형」「유능한 커리어우먼형」「다카라즈카적 남장미인형」등의 바리에이션도 존재하나, 기본 퍼스널리티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것이며, 그 어떤 신랄하고 음험한 악녀라도, 아무리 성적으로 엄격한 여성이라도, 한꺼풀 벗기고 보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사랑스러우며 보호적으로 성애를 충족시켜 주는 너그러움」을 감춘 존재로서 그려져 있기를, 팬은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특이한 이성상은, 그 어떤 의미에서 현실의 부모님과의 정서적인 애정 관계에서 어쩐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을 떠안은 채로 획일적인 수험ㅡ선별을 위한 경쟁의 장으로서의 학교나 학원 중심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친구와의 대인관계 능력을 형성하지 못한 채 집단에의 부적응에 빠져, 주위에 있는 현실의 이성으로 애정 욕구를 채울 만한 대인관계 능력도 형성하지 못한 채로 허구 세계로 도피 할 수밖에 없었던「오타쿠」층이, 이성에게로의 성적 욕구와 부모에게의 의존적 애정 욕구를 동시에 대신 채워줄 허구의「구제자」로서 낳은 상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2).


 이러한 허구의 대상에 의한 성적·정서적 충족에 대한 수요는, 오늘날 지극히 고도로 상업화된 생산-유통-소비 네트워크로서 시장화되어, 이러한 애니메이션 팬과 상업자본·코미케적인 장소의「상호의존적 공생 관계」가 바로 극장판「세일러 문」에서, 피오레(팬 층)와 키세니안(상업자본·코미케적인 장소)의「공생 관계」로서 상징적으로 그려져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키세니안이, 친부모도 모르는 채 고독하게 살아가던 피오레가 우주 공간을 방랑한 끝에 겨우 찾아낸「대리모」라는 점에 다시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1) 고바야시 요시노리,1993


2) 원래, 여성 애니메이션 오타쿠에게서 보여지는, 남성 동성애 스토리에 대한 강렬한 기호는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나카지마(1991)는 이것을, 섭식 장애를 겪는 여성 환자와 상통하는, 여성성을 전면 기피해 허구 세계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경향으로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