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세일러문 R 논문 번역

18. good enough mother로서의 우사기

Endy83 2009. 1. 25. 03:48
 

   18. good enough mother로서의 우사기 :
개체화로 향하는 삶에 대한「정서적 응답성」


 

      

 소혹성은 대기와의 마찰로 작아지면서도 엄청난 기세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BGM으로서「Moon Revenge」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달의 왕녀 프린세스 세레니티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은수정으로부터 에너지 다발을 혼신의 힘을 담아 내뿜으며 소혹성의 낙하를 저지하려 하는 세일러 문=우사기.


 그 모습에 자극을 받고 일어서, 우사기의 뒤에 나란히 손을 잡고 서포트를 시작하는 다른 4명의 세일러 전사.


 마모루도 용기를 얻고 일어선다.  그 순간, 그의 몸은 전생의 프린스 엔디미온의 아름다운 무사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문 스틱을 받쳐든 우사기에게 다가가 힘을 보탠다.  소혹성은 점차 6명의 몸이 겨우 함께 설 수 있을 정도까지 깨어지며 작아지고 있었다.


 이 때, 우사기 이외의 4명의 세일러 전사 속에서 다시금 차례차례 비젼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TV 시리즈를 쭉 보아왔던 팬에게는 낯익은, 우사기와 막 만났을 적의 각각의 4명과  우사기와의 꾸밈없는 소통의 재현 장면.


 해수욕이건만 비치 파라솔 밑에서 참고서를 읽고 있던 아미에게,


 「이봐요, 놀 때는 제대로 놀아야 할게 아녀!」


라 우사기가 말을 건다.


 「그러게, 놀 때는 팍팍 놀자구!」


 라며 일어서는 미즈노 아미.  이 비전을 소혹성 위에서 회상하는 세일러 머큐리=아미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흐른다.


 이어서 세일러 마스=히노 레이의 뇌리엔, 하루 일을 끝낸 레이에게


 「대단하다! 노력파구나」


라며 말을 걸어오는 우사기에게 저도 모르게 잘난 듯 행동해 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회상으로 떠오른다.


 세일러 쥬피터=키노 마코토의 뇌리엔, 막 전학해 와서 불량소녀라고 찍히고선 혼자서 쓸쓸하게 직접 만든 도시락을 펼치고 있자니,


 「맛있겠다, 하나 먹어도 돼?」


라며 손을 뻗어 오는 우사기에게,「나 안 무서워?」라며 저도 모르게 감동하고 말았던 그 때의 기억이.


 아이노 미나코가 사실은 그 정의의 용사 세일러 V라는 것을 알고선 감격하는 우사기에게 저도 모르게 잘난 듯이 포즈를 취했던 그 날의 일.


 …눈물이 4명의 뺨을 흐른다.


 …우사기는, 완전히 당연한 일처럼 그녀들에게 말을 걸어 왔던 것 뿐이다.  그러나 그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를 접했을 때, 그녀들 하나하나는 그 고독한 지옥으로부터 빠져나와「이제 난 혼자가 아니다」라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필자는, 어린 아이가 서투르게나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에, 어머니나 주위 어른들이「잘 하네~」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것이 떠오른다.  아이는 꼭 어른들에게「칭찬 받고자」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만은 아니리라.  아이는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내부로부터 솟아나는 충동 그대로 노래하는 것이다.  아이가 그런 자발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하고 있는 바로 그 때에, 주변의 어른이 감정이입하면서 임기응변으로 호들갑 떨듯이 감정을 담아서 반응해 주는 것을「정서응답성(emotional availability)」이라고 한다.


 이것이 단순히 부모가 기대하는 행동을 아이가 했을 때에 칭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으면 한다.  부모는 그것이 아이 자신의 내발적․자발적 욕구, 마스터슨이 말하는 의미에서의「개체화된 욕구」의 발현이라는 것 그 자체를 축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개성의 존중」식의 가치 규범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의 육아에서조차 볼 수 있는, 아이를 개체로서 성장시키기 위한 부모의 본래는 자연스럽게 나올 반응인 것이다.


 우사기가 4명 각각에게 해 준 아무렇지도 않은 반응에는, 이「정서응답성」이 절묘하게까지 발휘되어 있는 것이다.  분리-개체화 이론을 정식화한 말러 스스로가, 이러한 양육자의 응답성이 아이의 개체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미가 공부를 잘 하는 것도, 레이에게 초능력이 있는 것도, 마코토가 씩씩한 것도, 그녀들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자연스러운 발로의 결과라서, 결코 누가 강제한 것이 아닐 것이다.  미나코라 할지라도 결코,「사명」이라서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정의의 용사 세일러 V를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 아니라, 아이가 영웅놀이 할 때와 같은, 스스로의 능력을 무언가 의미 있는 활동에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그런 동경으로 유지되고 있던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존재 깊숙한 내부로부터의 충동의 발현이 주위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자기 자신」으로 있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러나 그녀들은 결국 주위에 영합하기 위해「스스로를 죽이는」상태에『안주하는』것은 불가능했다.  아미는 공부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고, 레이도 스스로의 초능력을 숨겨버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녀들은 주위로부터 멀어지고 마는 고독을 견뎌내야만 했다.  거기에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던 만큼, 그녀들의 자아는 강했다고도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 분명 그녀들에게도, 스스로의 타고난 천성원망하며, 그러한 천성을 지닌 자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그 자체를 원망하던 시기가 있었음은 틀림없다.  그러한 마음이 피오레의 하소연에 감응하여, 그녀들에게 그러한 고독했던 시절의 회상을 일단은 불러일으켰으리라.


 그러나, 우사기는 그녀들의 그러한 개체로서의 천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레이의 초능력자로서의 힘이나, 미나코의 히어로로서의 활동을 소박할 정도로까지 칭찬하며, 그 수고를 치하했다.


 아미가 본심으로는 공부뿐만 아니라 놀기도 하고 싶어했건만「공부벌레」라는 스스로에게 붙은 딱지를 신경쓰던 나머지, 그 딱지에 틀어박혀 있던 시절에 계기를 부여한 것이다1).


 마코토가 그저 난폭하지만은 않아서, 요리를 좋아하는 귀여운 소녀라는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우사기가 4명을「있는 그대로」아들이고 있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에는, 결코 의식적으로 짜여지지 않은 형태로「주위에 영합하여 스스로를 죽여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있는 그대로의 당신 자신의 모습 그 자체를 나는 좋아하며, 당신도 있는 그대로의 당신 자신의 천성을 더욱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한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주】.


 우사기가「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라는 메시지를 만나는 사람에게 전혀 의식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우사기라는 소녀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 소녀, (감독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지금의 자신을 행복하다고 당연한 듯이 느낄 수 있는 소녀」이기 때문이다.「자신을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또한 아마 우사기 스스로에게 있어서, 전생의 어머니 퀸 세레니티도, 현생의 부모도, 자발성을 발휘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좋아해도 된다는, 분리=개체화해 가는『참자기』의 성장을 받아들여주는 양육방식을 취하고 있다.


 good enough적인 양육을 받은 소녀는, 극히 자연스럽게 good enough mother로서 타인을 접하는 힘을 기른다.  그 힘은, 세일러 전사들 4명과 마모루의 마음에 둥지를 틀고 있던 고독한「피오레」의 마음을 달래준 것이다.


 오해가 없도록 말하자면「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해도 된다」는 것은, 단순히「현 상황의 스스로에게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자신의 싫은 점, 불만족스러운 부분, 분한 마음,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그런 불완전한 자기자신 속에 소용돌이치는 모순된 희로애락 전부를, 지금의 자기 인생의 과정과 행위로서 통째로 받아들여,「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되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하나의 전체적인 신체감각(젠드린이 말하는 펠트 센스)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반드시 자기자신 안에 있는 자발성 넘치는『참자기』가, 지금 이 순간에 스스로를 어떤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고픈 지를, 몸을 통해 전해줄 것이다.  그 때, 사람은 예전 같았으면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던 변화의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조금씩 새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넘치는 탐구심을 품고서.


 【주】이 점에 관해서 이쿠하라 감독 본인이「극장판」레이저 디스크에 집필한 라이너 노트 속에서 몹시도 흥미로운 발언을 하고 있다 :

「여기서 세일러 문은, 좋은 어머니, 성모로서 그려지고 있으나,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녀는, 소위 말하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다.  자애만을 지닌 모성과는 다르다.  오히려, 남보다 호혐이 격한 인간이다.

 우사기는, 그녀들이 자립한 의지를 가진 동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꿰뚫어보았기에 가까이 다가갔던 것이다.  절대 소외당한 그녀들을 동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Moon Revenge]의 가사에 쓰여져 있듯이, 우사기는 상대가 한심한 남자, 친구라면 의연히 결별할 여성이라고 생각했다.(이쿠하라,1994)」

 아미나 레이 등이 주위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주위에 영합하여 스스로를 죽여버리는 일 없이, 스스로의 천성이나 감정에 정직하게 살아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물론 고립되어 친구도 없는 그녀들은, 자신을 가지고 스스로의 길을 걷는 것조차 불가능하여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버텨가면서도 막다른 길에 빠져 있었다.

 유감이지만 특히 일본의 교육환경에 있어서는, 아이가 자신의 내발성을 발현하는 것이 평가받는다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억압하여 규범에 영합한 경우에 받아들여 주는 것과 같은 풍조가 강하다.  즉, 개인의「자립」=「분리-개체화」에 대해 사회 그 자체에 억제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풍조 속에서 고립된 소년소녀에게 있어, 그들의 본래의 천성적 발현을 받아들여「분리-개체화」를 촉진하고, 지지하며, 함께 걸어가 줄 인물, 즉「good enough mother」의 역할을 다해 줄, 우사기와 같은 인물과의 만남은 몹시도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감히 덧붙이자면, 애니메이션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도 그러한 자립한 의지의 싹틈, 생명의 꽃의 반짝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의 애니메이션 팬끼리의 연대에서의 적지 않은 부분은, 우사기 등의 세일러 전사와 같이, 서로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삶의 에너지를 서로 인정하고, 서로 촉발하며, 자기 실현해 가는 것을 서로 촉진해주는 식의 관계는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분명 개별 케이스에 있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믿고 싶지만).

「그 꽃은 현실에 있다.  지금 이렇게 이 원고를 쓰고 있는 나와, 그리고 그것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있는, 그야말로 이 현실에 그 꽃은 분명히 피어 있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 꽃을 몇 번쯤 본 일이 있다.(이쿠하라,1994)」.

 물론「분리-개체화」의 촉진이 안락한 인생을 약속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매우 고도의 자아의 강인함과 유연함의 양립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삶의 방식에「꿰뚫고 들어가지」않는 한 뭇 사람의 인생의 기쁨조차 맛볼 수 없는, 타고난 삶의 에너지가 강렬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자신의 판단이나 행동을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만한 가치규범은 외부로부터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신체감각과 연결된 막연한 느낌(펠트 센스)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은, 필자가 주된 기반으로 삼는 젠드린의 체험과정 이론=포커싱 기법의 기본 원리이다.


 이 사실과, 위니캇이나 마스터슨의『참자기』,『거짓자기』,『개체화된 욕구』등과 같은 임상적 개념을 중첩시켜 고찰해 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매우 시사성 풍부한 문제제기를 포함한다고 여겨진다만, 더욱 상세한 논고는 다른 기회로 돌리고자 한다(1995년의 어느 학회에서 다루어 볼 셈이다).



1) 이 아미의 내면의 갈등에 대해서는,「극장판」의 몇 개월 후에 만들어진 TV시리즈 제97화「물의 미궁・노려진 아미[연출:사토 준이치]」에서 새로이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