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R의 Return 탄생의 뒷배경에 대하여.

구바바님 블로그의 세라문에서의 흑역사...? 라는 글을 보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SS 스페셜의 총집결편에서 애니 R의 Return부분이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번쯤 생각할 거리가 될 듯 합니다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은 이미 뭐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코드 네임은 세일러 V]에서 설정이 발전하여 연재되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성공 가능성은 아무도 알지 못했고, 다만 부진 중이던 토에이 사만이 미리 이 작품의 히트를 점치고 저예산이나마-_- 부어서 연재와 비슷한 시기에 애니화를 감행한거죠.  도박이라면 도박이었던 겁니다.

 

사실 타케우치 나오코 선생도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즈음엔 이 작품이 이렇게 뜰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그녀의 작품이 그랬듯, 단행본 3~4권짜리로 끝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고, 따라서 후속 연재라는 건 생각조차 해본적 없었겠지요.  애니 제작팀도, 나오코 선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해 봤을 것이고, 후속작에 대해선 아직 생각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현재 스토리의 안정적인 종결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작품은 대박을 터뜨리죠.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는 높아져만 가고, 부진중이던 토에이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솟습니다.[사실 주가 부분은 근거 없습니다 ( ..)]

 

나오코 씨와 서로 어떻게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원작은 내버려두고, 애니는 애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엔딩을 봅니다. 

 

두 매체 간의 엔딩 차이는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어찌되었건 ...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후속작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애니팀은 그만 ... 원작과는 심하게 달리, 모든 상황을 리셋시켜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주인공의 기억이든, 인물들과의 관계든- 그 모든걸.  [어쨌든 지구는 구해졌으니까 좋은 거지만]

 

 

 

애니 제작팀에서 뭔가 "와아- 드디어 한 건이 끝내주게 끝났다-" 싶은 상황이었는데?

나오코 선생이 쏟아지는 돈더미와 갖가지 러브콜에 영합해 덜컥 "후속편 그리겠습니다."라고 선언해버리죠.  물론 토에이 사 측에서도 돈벌이가 짭짤했으니 나오코 선생에게 권했을 테고 말입니다.

[신장판 3권의 나오코 선생 코멘트를 보면 치비우사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언급하던 중, "제1부로 완결낼 예정이었던 연재가 연장되면서"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리하여 1기 엔딩에서 아무런 리셋이 없었던(게다가 나오코 선생 머릿 속에서 이미 다음 시리즈로의 연결고리를 챙겨둔) 원작은 아무런 문제 없이 후속작으로 고고 -

원작과 애니가 서로 연재도라거나 진행도가 비슷했으니, 분명 후속작 연재를 결정하고 나서 애니팀에게도 나오코 선생이 "이번엔 이러이러한 설정으로 갈 생각입니다-"라는 전언은 했겠지요.

 

애니 제작팀은 고심에 빠집니다. 

"1기 엔딩이 좋긴 좋았는데 ... 이제 원작을 어찌 따라잡는다 ..."

 

어찌 되었건 그런 엔딩을 만든 책임은 당시 1기 시리즈 디렉터였던 사토 준이치.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리하여 고심 끝에 나온 결론은 ...

 

기왕 달라져버린거, 오리지날 스토리라도 만들어서 따라잡자 ! 목표는 모든 캐릭터들의 리셋상태 해제 !

 

...라고 해서 일-단은, 에일이니 앤이니, 마계수니 카디언이니 줄줄이 등장시켜서 기억상실증 걸린 아가들을 깨우고, 뭔가 또 시시하게 끝내는 건 우스우니까 달그림자의 나이트 같은거나 등장시켜서 에일은 우사기와 엮고, 앤은 마모루와 엮는 등 갖가지 수작을 부리다가 결국 -_- 마계수와 에일, 앤을 지구밖으로 퇴출시킴으로서 어떻게든, 당초의 목표를 완수해냈던 겁니다.  그게 바로 R 중반이 되며 애니메이션 시리즈 구분으로 Return과 Romance의 구분선이 되는 것이죠.

 

이후 사토 준이치 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제 세일러문이라면 지긋지긋해-_- 하고 나갔는지 아니면 토에이 사에서 한번만 더 이따구로 해봐라 싶어서 강제로 시리즈 디렉터를 이쿠하라 쿠니히코 씨로 교체했는지 뭐 그건 아무래도 알수 없을 노릇입니다 :)

 

어쨌든 중요한건, R의 Return 부분은 결국 예상치 못한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급조된 에피소드라는 거죠 :)

멋대로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나오코 선생에게 동의를 얻었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세일러문 원작에 갖다대 봐도 어디 들어갈 자리 하나 없는 가엾은 에피소드이기도 하구요.

 

 

 

그러니 SS의 총결산편에서 일언반구도 언급될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도 ( '')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걸까요 :)

 

 

 

 

 

덧붙여 :

...이런 가엾은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이쿠하라 쿠니히코 씨가 R 극장판에서, 사토 준이치 씨가 1기에서 만들어뒀던 여러 소소한 스토리나 설정이라던지, 또 역시 사토 준이치 아래서 탄생한 에일이니 앤이니 하는 애들이라던지 ... 참 잘도 재탕해 먹었다는 건 재미있는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