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 20주년/신작 뮤지컬

2014 세라뮤 쁘띠 에뜨랑제 후기 -3- 반전, 그 자체

Endy83 2014. 9. 10. 00:31

캐릭터 감상 위주였던 지난 글에 이어

이번 글은 극본, 음악, 연출 등

총체적으로 극 자체에 충실하여 작성하는 리뷰가 되겠습니다.

 

저번 포스팅까지

'에이 이 정도 가지고 스포일러 위협은...'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이번에는 ㅋㅋㅋㅋ 정말 진심으로 스포일러 덩어리입니다.

 

그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출발해 보죠.

 

 

 

 

1.

우선 전반적으로 작년 라 레콩키스타 때처럼, 감정선이나 복선 표현에 충실한, 탄탄한 극본을 자랑합니다.

플루토와 치비우사의 관계, 플루토의 킹 엔디미온의 연정 관계 등,

인물들의 감정 흐름과 변화에 초점을 정확하게 두고 세밀하게 캐치하고 있어서

관객들로서는 감정이입이 정말 쉬운 느낌입니다.

 

게다가 앞선 포스팅에서도 적었다시피

배우들 연기력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기도 했고, 쓸데없이 모모쿠로 같은 애들이 나오지도 않아서

이번엔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2.

작년 라 레콩키스타 후기 때 '어른을 위한 세라뮤'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신 세라뮤는 앞으로도 쭉 그 컨셉으로 밀고 나갈 것 같습니다.

 

이번에 특히 '성인용'이라서 부각된 장면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아보자면

 

- 플루토의 킹 엔디미온에 대한 다소 노골적인 연정 표현

이거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혀 짚고 넘어가지도 않았던 장면이죠.

아무래도 불륜의 짝사랑이라 그런가...

이게 무려 치비우사 각성의 계기로 노골적으로 등장합니다.

'나(치비우사)만 보고 기뻐할 줄 알았던 플루토가 주제에 아빠(킹 엔디미온)를 보고 저렇게 기쁜 표정을 짓다니'

라며 부들부들... 하던 치비우사가 와이즈맨 손에 이끌려 들어가죠.

그리고 우리의 플루토는 타임 스탑하고서 턱시도 가면의 품에 안겨서 사망...하며 소원 성취

 

 

 

 

 

 

 

 

- 데이먼드가 우사기를 문자 그대로 '덮치는' 장면

정말 침대에서 덮치는 듯한 장면이 ㅋㅋㅋ 심지어 완전 케미 폭tothe발!!

이 장면 바로 전에 데이먼드의 솔로에 맞춰서

우사기가 데이먼드가 조종하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추는 모습이 나오는데

오오쿠보 사토미 양과 데이먼드 역의 마히로 에리카 씨의 호흡이 어찌나 딱딱 맞는지 ㅠㅠ

엄청난 연습량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 블랙 레이디가 세뇌된 턱시도 가면을 유린하는 장면

아시다시피 이 장면은, 금단의 부녀간 불륜(...)을 연상시키는 매우 위험한(...) 장면입니다.

이전 세라뮤인 "탄생! 암흑의 프린세스 블랙레이디"에서도

어쩔 수 없이 잠깐동안 세뇌되는 것으로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던

상당히 실제로 표현하기 난감한 장면입니다만,

쁘띠 에뜨랑제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이 장면을 표현해 버렸습니다 ㅋㅋㅋㅋ

우사기 눈 앞에서 ㅋㅋㅋㅋ 블랙 레이디랑 턱시도 가면이랑 ㅠㅠㅠㅠ 으앙 ㅠㅠㅠㅠㅠ

 

 

뭐 위 장면 모두 원작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니

원작 팬으로서는 원작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거의 다 건졌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흐뭇(?)한 연출이었지요.

 

 

 

 

 

3.

그 외에 작년 공연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싶은 부분은 전투 장면의 연출이었습니다.

세일러 전사들의 짝퉁이 나와서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진짜 최고였습니다.

굉장히 신경을 써서 짜고 열심히 연습한게 느껴질 정도로 합이 딱딱 맞고,

심지어 중간중간 관객호응을 이끌어내는 개그 연출이 매우 돋보입니다.

 

지난번도 그랬지만 역시 어른이 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좋은 개그였달까요 ㅋㅋㅋ

 

그리고 이번에도 구 세라뮤에 대한 오마쥬 같은 부분이 보입니다.

세일러 스타즈에서 선보였던 내전사 밴드 같은게 나오는데

아무래도 연출가인 히라미츠 타쿠야 씨의 노림수였겠죠? ㅋ

 

 

 

 

 

4.

기대했던 음악에 대해서는 그냥 음...

아쉽지만 앞으로도 쭉 기대하지 않고 보는 게 속 편할 것 같습니다.

 

전편 라 레콩키스타보다는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지만

역시 구 세라뮤 같은 흥은 끝끝내 나지 않습니다.

이 오페라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닌 어중간한 컨셉이 그냥 방침인가 봅니다. 

 

특히 이번 쁘띠 에뜨랑제 주제곡으로 나온 듯한 넘버인

'사랑의 Starshine'이라는 곡조차 너무 구려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5.

뭐 음악만 빼면 ㅋㅋ

지난번 공연과 비교하더라도, 제가 봐왔던 다른 작은 공연들에 비교하더라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점이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치밀한 구성, 적절한 시기의 장면 전환, 몰입감을 높이는 막 중 영상 삽입

드로이드 역을 맡은 백댄서들의 다양한 활용 등...

이것이 확실히 자본의 차이인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연출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컨셉으로 유지된다면 이후 수퍼 수퍼즈 스타즈까지도 쭉 기대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더더욱, 이거 하나 보기 위해서

비싼 비행기 타고 오길 잘했다 ㅠㅠ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라고 생각했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막 가서 완전 뒤통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 글 부제를 '반전 그 자체'라고 적은 데엔 다 이유가 있지 말입니다 ㅋㅋㅋ

 

아...

지금 생각해봐도 참 ㅋㅋㅋ

 

 

 

조금 진정하고 얘기하자면,

분명히 데이먼드가 우사기를 마구 가지고 놀던 2막 중반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사피르가 나오더니 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우리가 기억하는 원작대로라면

사피르가 내부의 반역자 취급 당해서 데이먼드 손에 죽어야 하는데

 

데이먼드가 사피르 손에 역관광 당하고 맙니다 ㅋㅋㅋㅋㅋ

알고보니 데이먼드는 사피르가 만든 드로이드였다며 ㅋㅋㅋㅋㅋㅋㅋ

사피르의 조종에 따라서 끔살 ㅠㅠㅠㅠ

그리고 사피르가 블랙문 일족 최종보스로 등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이 싱거운 데이먼드 넌 명색이 '프린스' 주제에 뭐하는 놈이야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저도 여기까진 대반전!!! 정도로 생각해서

솔직히 원작을 안 따라갔다고 해도 뭐 나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건 완전 식스 센스 급의 반전이야!! 라고 생각은 했지만요 ㅋㅋㅋ

제 뒤통수를 강력크하게 후려갈긴 건 이 포인트는 아니었고요...

 

 

 

 

7.

그 다음 흐름이,

블랙레이디가 나와서 지구에 아낌없이 사흑수정 박아주시면서 

힘자랑 좀 하시고 위기감 조성하시고,

때마침 아까 잠깐 들어갔던 블랙문의 왕 사피르가 나타나서

뒷치기로 블랙레이디 은수정이랑 세일러문의 은수정을 빼앗는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 모두가 아는대로 플루토가 타임 스탑하고 죽어서

이걸 계기로 치비우사가 세일러 전사로 각성하게 됩니다.

 

이 장면까진 진짜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엄청 훌쩍거리고 ㅠㅠㅠ

치비우사 절륜한 연기에 다들 울고 ㅠㅠㅠㅠ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이후가 말도 안되게 흘러가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닷없이 우사기가 너희들 덕분에 내가 강해질수 있어 하더니 각성해서 변신하고

그대로 데스 팬텀을 걍 한 큐에 물리치고서 평화를 되찾아 버립니다.

분명히 진 최종보스로 마구 위협감을 발산했어야 할 데스 팬텀은

우사기가 각성하느라 한참을 주절거리는 동안, 위협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끔살...

 

이게 무슨 최종 보스야!!! 비중이 완전 공기잖아!!!

위기감으로 치면 아까 블랙레이디 날뛸 때가 더 무서웠어!!!

이게 뭐야 ㅠㅠㅠㅠㅠ

 

 

 

냉정하게 분석해 보자면

너무 치비우사의 각성 장면의 감정선에만 치중한 나머지

여태까지 잘 쌓아온 위기감을 그만 놓쳐버린 것 같습니다.

 

작년의 라 레콩키스타 보신 분들은

퀸 베릴이 리타이어한 이후, 진 최종보스인 메탈리아가 등장하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무대가 암흑으로 변하면서 위에서 마치 촉수같은 것들이 내려와 흐느적거리고,

붉은 조명 번쩍거리면서 실체 없는 목소리로서의 메탈리아가

레알 지구를 먹어삼킬 것처럼 위기감을 조성했죠.

 

심지어 구작인 암흑의 프린세스 블랙레이디에서

토미나가 켄지 씨가 '실체화한 데스 팬텀'을 1인으로 연기하며 날뛸 때도

최소한의 강력크한 절대악의 존재감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플루토 죽음 - 치비우사 각성 - 세일러문 각성 - 다같이 힘을 모음

이 기나긴 과정 동안 데스 팬텀의 존재 자체가 잊혀져 버린 느낌이랄까요...

 

(저 '다같이 힘을 모음' 과정에서 머큐리 스타 파워, 마스 스타 파워 ... 등등에 이어

턱시도 가면이 무려 '어스 스타 파워'를 외치는 바람에

그만 빵 터져버렸다는 건 일단 덮어두고 ㅠㅠㅋㅋㅋ)

 

데스 팬텀이 실체를 드러낸 후에도 쭉 

조명도 밝고 위협하는 목소리라거나 분위기라거나 뭐 전혀 없고...

애들이 필살기를 외치고 데스 팬텀의 비명 소릴 듣고서야 아? 있긴 있었나보네? ;;;;;

 

그러고 세레니티 실루엣이 나와서 평화로워졌다고 하곤

일상으로 돌아와서 치비우사 미래로 가고 끝 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이오 ㅠㅠㅠㅠ

 

나 참...덕분에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세라뮤 특유의 집중감과 카타르시스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오면서 영 찝찝해서 원,,. 내가 대체 뭘 본거지 싶고 ㅋㅋㅋㅋㅋ

 

 

 

 

 

 

정말 미묘한 공연이었어요 ㅠㅠㅠ

진심으로 2막 중반까지 "아 대박!!! 이거 내년에도 꼭 올거야! 꼭 보러 올거야!!" 하다가

2막 다 보고 나오면서 "흐음... 이거 내년에 와도 괜찮을까..." 하면서 나왔습니다만

뭐 저란 호갱은 여윳돈이 있다면 내년에도 오...겠죠 아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