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이야기/-시리즈자료

[스크랩]002 잡상 노트-세일러문 R 극장판에 대해서

Endy83 2005. 3. 20. 16:34

출처:

        http://myhome.naver.com/db50jini/


인간에게 있어서 고독이란 최고의 형벌이 아닐까?

  고독은 인간을 가장 약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세일러문은 그런 인간들에게 빛이 되었다. 마치 그들의 어머니처럼.....

  우리나라에서 1997년 4월 첫 방영되어 98년 6월 최종 시리즈로 완결 될 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던 세일러문은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일본 만화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일본에선 세일러문을 전 시리즈 합쳐 200화를 방영하였으며 극장판도 3편이 개봉되었다. 세일러문 R은 두 번째 TV시리즈이며 첫 번째 극장판이 제작된 시리즈이다.


  세일러문 R 극장판의 주제는 고독이다. 고독했던 삶을 살았던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표현해내고 있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한 구두쇠-악인의 대표-가 죽어서 지옥에 갔다. 그곳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직 숲만이 존재하는 곳 이였다. 그는 기뻐했다. 자신을 귀찮게 할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는 고독해지기 시작했고 그는 괴로움에 소리쳤다. "누군가... 누군가 없소!! 내 얘길 들어줄 누군가 없소!!" 그 때 신의사자가 내려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당신에게 주어진 벌, 최고의 지옥이요. 인간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고독이야말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혼자가 된 마모루는 길에 쓰러져 있던 피오레를 자신의 병실로 데려와 돌봐준다. 그러나 피오레는 지구에선 살아갈 수 없는 외계인 이였다. 피오레가 떠나기 직전, 마모루는 붉은 장미꽃을 피오레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피오레는 다음에 돌아올 땐 마모루가 기뻐할 만한 꽃을 가져오겠다며 떠나간다. 세월이 흘러, 마모루의 앞에 나타난 피오레 그가 가져온 꽃은 키세니안 꽃, 별을 멸망시키는 꽃 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내버려 둘 우사기가 아니였다.

  동료들과 대항해서 싸우지만, 턱시도 가면만 큰 부상을 입고 피오레에게 납치되고 만다. 그를 구하러 피오레의 아지트인 운석으로 텔레포트하는 세일러 전사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세일러문을 구하려다 모두 잡혀 고문을 당한다. 우사기가 보는 앞에서..... 친구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본 세일러문은 무기를 버리고 무방비 상태로 피오레의 공격을 받게 된다.

  키세니안 꽃이 가득 펼쳐진 땅 한가운데에서 십자로 매달려 에너지를 흡수당하는 세일러문. 처절한 비명소리.... 그리고 정신을 차린 세일러 전사들은 세일러문과 피오레에게 다가간다. 고독으로 힘겨웠던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모든 에너지를 빼앗겨 쓰러진 세일러문을 다른 세일러 전사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피오레. 그, 때 피오레가 만든 유리벽을 뚫고 나타나는 턱시도 가면이 피오레의 가슴에 장미꽃을 던진다. 배신감에 휩싸인 피오레는 다같이 죽을 각오로 운석과 함께 지구로 떨어진다. 그 순간 세일러문은 은수정의 힘으로 모두를 구하려 한다. 하지만 또 방해하려는 피오레. 그러나 어릴 적 지구를 떠날 때 마모루가 주었던 장미꽃이 우사기가 주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린다. 결국 지구는 구해졌지만 은수정과 함께 세일러문의 목숨도 사라진다. 지구는 지켜졌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세일러 전사들과 턱시도 가면.. 비통한 절규... 그 때 피오레는 자신의 생명 에너지로 우사기를 살리고, 다시 우주를 떠돌게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이지만, 이때까지 본 수많은 애니메이션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감명 깊게 봤던 작품이 '세일러문'이다. 이후 이 이상의 성공을 거둔 미소녀 변신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미소녀 변신물의 모든 것을 집결시킨 세일러문.


  '세일러문'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바로 캐릭터들이다.

  덤벙대고 울보에다 지각생, 말썽만 피우는, 하지만 누구보다 따스한 마음을 가진 우사기, IQ200의 천재 소녀, 착하고 똑똑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에게 외면당했던 아미, 뛰어난 영감을 가졌지만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레이, 어릴 적 요리의 달인이자 푸근한 엄마 같은, 하지만 괴력의 소유자로 불량배 취급을 당해 여기저기 학교를 전학 다녔던 마코토, 아이돌 스타가 꿈이지만 적과 싸우느라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미나코, 교통사고로 고아가 된, 전생의 우사기의 연인이였던 마모루.

  이들은 모두 혼자서 고독과 싸워오다가 '우사기'라는 공통된 희망을 찾게 된다. 그들은 우사기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우사기도 그들을 위해 모든 곳을 희생한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것은 그들이 우사기가 공주라는 이유만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최종시리즈 '세일러 스타즈'로 가면 더욱 명확해진다. 다른 은하로부터 자신들의 공주님을 찾아서 온 '스타라이츠'가 목숨을 걸고 '세일러문'을 지켜내는데, 그 이유는 '세일러문'이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미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끝까지 사랑해주고 믿어주었던 마즈, 머큐리, 쥬피터, 비너스, 모든 비난을 받아들이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 준 세일러문, 그러기에 그들도 세일러문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는 것이다.
 

  '세일러문R' 극장판의 절정은 무방비 상태로 세일러문이 피오레에게 에너지를 흡수당하는 장면이다.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친구들을 위해 십자로 매달려 에너지를 흡수당하는 세일러문,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피오레,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아니면 피오레의 말에 답변이라도 하듯 고독으로 힘들었던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는 세일러 마즈, 머큐리, 쥬피터, 비너스, 비장하게 흐르는 음악, 고통스럽게 울려 퍼지는 세일러문의 비명소리, 그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세일러문과 그 주변 가득 아름답게 피어난 키세니안 꽃, 검게 뒤덮인 어둠 속에 세일러문을 둘러싼 한줄기 빛, 고통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기지만 빛나는 그녀와 에너지를 받고 아름답게 피어나지만 어둠밖에 없는 키세니안 꽃, 참으로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마법기사 레이어스에서 보면 '세피로'라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에메로드 공주를 죽인다. 만약 세일러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그 사람을 죽이지 않고 세계를 구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결국에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말이다. '그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세계를 구한다' 이것이 세일러문의 싸움방식이다.
 

  세일러문에서 보면 항상 최후의 방편으로 은수정을 쓴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떨어지는 운석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최후의 힘으로 은수정을 쓴다. 은수정은 단순히 무한한 힘을 지닌 성석이 아닌 세일러문 자신이다. 숨겨져 있던 내면의 힘, 바로 자신의 또 다른 결정체인 것이다. 그녀는 은수정을 높이 들고 외친다. "내게 힘을 줘, 모두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누구도 혼자로 만들지 않을 힘을!!"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곳이다. 그것 말고도 여기선 '꽃'으로써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피오레는 장미꽃을 받고 기뻐함으로써 고독을 이겨낼 힘을 갖는다. 그리고 마모루에게도 꽃을 주려 한다. 자신처럼 고독을 이겨낼 빛을 주기 위해서, 즉 꽃이 '희망'과 같은 것이다. 세일러문이 은수정을 쓰는 것을 막으려던 피오레는 은수정을 통해 과거 장미꽃의 주인이 우사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일러문이 피오레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모든 것을 깨닫은 피오레는 은수정을 잡았던 손을 놓고는 넋이 나간 듯 은수정을 쳐다보며 말한다.

  "꽃이다."

  꽃, 피오레에게 있어서 꽃은 희망을 준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꽃=희망=은수정=세일러문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피오레는 세일러문을 되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꽃으로 바꿔 턱시도 가면에게 준다. 진정한 희망의 꽃을 말이다. 모두에게
희망과 고독을 이겨낼 힘을 준 세일러문.


  세일러문은 그들에게 달빛과 같은 존재다. 달이라는 저 무한한 힘을 가진 존재를 대신하는 구원의 빛, 인간을 고독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어머니 같은 존재, 그것이 바로 세일러문인 것이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빛나는 달, 모두가 사라진 그 밤 속에서도 달은 언제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우리를 바라본다. 세일러문은 그 달이 되어 우리를 비춰준다. '이제는 누구도 외롭지 않아.'

  "....모두 무사히 돌아올 거야. 세일러문은 모두의 어머니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