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이야기/-실사판감상기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원작vs실사판

Endy83 2007. 12. 1. 02:40

 

 

1. 들어가며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원작 일러스트와 실사판 스틸샷

 

 

  [미소녀전사 세일러문(美少女戦士セーラームーン, Pretty Soldier Sailor Moon)]은 일본의 만화가 타케우치 나오코가 1991년에 강담사의 소녀만화지 [나카요시]에 연재를 시작한 미소녀전대물으로, 평범한 소녀들이 세일러복의 전사로 변신하여 지구의 평화를 깨뜨리는 악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5개 시리즈로 완결이 났으며, 이 중 첫 번째 시리즈의 내용을 중심으로 2003년에 새로이 실사화(實寫化)한 것이 세일러문 실사판(実写版 美少女戦士セーラームーン, Pretty Guardian Sailor Moon)이다.  언론의 관심 속에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5명의 아이돌이 주인공 캐릭터 5명으로 선발되었다.  TV 방영분은 총 49화로 이후에 DVD로 한시간 분량의 OVA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원작이 실사판으로 재창조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달라진 점이 원작을 이해함에 있어서 어떻게 다가오는지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2. 만화와 현실과의 ‘타협’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은 ‘평범한 소녀들’이 변신하여 히로인이 되는 만화이다.  그러나 만화 캐릭터의 외양 그대로 실사화를 시켜버리면, 더 이상 이들은 평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평범한 소녀들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원작 일러스트와 실사판 스틸샷

 

   먼저 캐릭터의 외양적인 면, 원작에서는 변신 전이나 변신 후에나 유난히 남들과 다른 머리색(금색, 갈색, 심지어는 파란색까지!?)을 하고 있던 5명의 주인공들, 독자들 입장에서는 “아니 평범한 머리색도 아니고, 게다가 변신 전이나 변신 후에나 머리색이 똑같은데 왜 적 캐릭터들은 주인공들의 정체를 모르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확실히 이런 설정 그대로 실사화를 하기엔 ‘평범한 소녀들’이라는 컨셉을 나타내기에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실사판에 오면서 변신 전의 캐릭터들은 전부 정말로 평범한 머리색을 하고 있다.  게다가 헤어스타일도 조금씩 변해 있다.  우사기(세일러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단머리는 그대로 있지만 길이가 현실적인 길이로 좀 짧아졌다던가, 아미(세일러 머큐리)의 머리스타일이 단발이 아니라 롱헤어라던가(이는 프로듀서의 말에 의하면, “오디션시 선정 기준에 ‘머리길이’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자신의 생각도 반영되었다고 한다).

 

  캐릭터 설정면에서 다른 캐릭터들은 대략 원작을 충실히 따른 편임에 반해, 미나코(세일러 비너스)의 경우 아이돌을 꿈꾸고 있는 소녀라는 설정과는 딴판으로, 엄청난 인기를 호사하고 있는 실제 아이돌으로 설정되어 있다.  여기서도 ‘평범한 소녀들’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 드러나는데, 평범한 여중생들의 취미인 ‘아이돌 따라다니기’를 위해서 상정한 아이돌이 바로 미나코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미나코가 아이돌이 되어야 했을까.  물론 미나코가 당초 아이돌을 꿈꾸고 있다는 설정의 연장선상에 있으니까, 아예 청소년들의 우상격 아이돌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미나코 쪽이 편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원작에서 미나코가 가장 개성이 모호했던 점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미나코는 ‘평범한 소녀들’의 범주에서 좀 벗어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만.

 

  기타 캐릭터들의 성장환경이나 성격 등의 설정은 대체로 원작을 거의 충실히 따른 편이다.  그럼에도 스토리가 전개되다 보면, 이들의 성격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극의 전개에 반영된다.  가령, 머큐리의 ‘비상한 천재’, 마스의 ‘신기(神氣)를 지닌 무녀’, 쥬피터의 ‘괴력소녀’, 비너스의 ‘가장 먼저 각성한 전사’라는 컨셉 내지는 특성들이 원작에서는 그저 이들의 개성으로 끝나는 것을, 실사판에 와서는 무려 ‘왕따’의 이유가 되고 만다.  물론 미나코는 기초 설정 자체가 변경되었으므로 제외하자.  머큐리, 마스, 쥬피터의 셋은 우사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 때문에 각자 자신들이 속한 사회에서 소외당하다가, 우사기를 만나고서야 ‘우정’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원작에서 ‘전사로서의 사명감’이 그들을 세일러 전사로서 싸우게 했다면, 실사판에서는 위와 같은 설정으로 인하여 ‘우정’이 그들을 세일러 전사로서 악의 조직과 싸우게 한다.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우는 평범한 소녀들의 선택과 행동에 더욱 현실적인 당위성을 주는 부분이다.

 

 

 

실사판에서 세일러 전사들의 아지트로 활용된 노래방 

 

 

  원작에서 오락실이 세일러 전사들의 아지트가 숨겨진 장소로서 선택되었던 것은, 당시 청소년들이 오락실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여자아이들은 웬만해서는 좀처럼 오락실에 다니지 않는다.  한번 갔다고 해도 게임에 푹 빠지기 보다는 거의 구경만 하듯이 몇 분 있다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에서 다시 90년대 초의 만화를 현실화 내지는 현대화하기 위해서, 아지트를 노래방 안에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노래방이라면 요즘의 여자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으로서도 적합하고, ‘방’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지트를 하나쯤 숨겼다는 설정을 하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왼쪽은 원작 원화화보집의 루나, 오른쪽은 실사판 [비밀사전]의 루나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서, 실사판 제작 초부터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말하는 고양이 루나의 표현이었다.  CG로 할 것이라는 둥, 실제 고양이를 적당히 연기시킬 것이라는 둥,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았으나 실사판이 공개된 후에 나타난 정답은, ‘말하고 움직이는 봉제인형’이었다.  이 인형은 다른 사람의 눈이 있으면 그냥 인형 행세를 하고 있다가, 주인공들끼리만 있게 되면 움직이고 말을 한다.  비용 면에서도, 표현 면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타협이었던 셈이다.  한편, 처음에는 움직이는 씬에서 CG를 도입하여 진짜 살아있는 봉제인형을 표현함으로써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으나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걸렸는지 갈수록 CG는 찾아볼 수 없게 되고 후반부에 가서는 결국 100% 사람이 몰래 손으로 직접 움직이는 식이 되었다.

 

  이런 현실에 적절히 타협한 요소들이, ‘실제로 세일러 전사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있다면 저렇게 살고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2000년대에 살고 있는 90년대 작품의 팬들을 실사판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3. ‘스토리 전개’의 변화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을 새로운 매체로 재창조하는 경우 원작을 새 매체로 변환하려는 감독, 가령 이 세일러문의 경우에서 실사판 감독은 일단 하나의 고민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바로, 원작을 재현하면서 독자적인 부분(Originality)을 얼마나 섞어야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지금도 이 작품의 팬들 사이에서 호혐(好嫌)의 논란이 오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개와 결말 부분의 처리다.  원작에서는 명백한 ‘악역’을 설정하여, 그 악역이 지구를 죽음의 별로 몰아가고, 결국 5명의 세일러 전사들이 힘을 합쳐 이 악역을 물리치는 것, 즉 알기 쉬운 권선징악의 구조를 통해 한 시리즈를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초반에는 원작의 스토리와 설정을 많이 따르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던 실사판이, 그만 기승전결의 전과 결 부분에서 크게 원작과 노선을 달리하고 만다.  팬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어이없는 이유로 주요 세일러 전사를 한 명 죽이고 만 것이다.  싸우다 죽은 것도 아닌, 지병으로 죽은 세일러 비너스의 이야기다.  이걸로 5명이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친다는 고전적인 원작 내용대로의 전개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렸다. 

 

  이 노선 이탈은 점점 더 심해져서, 결국엔 최종화에서 지구가 멸망한다!  그것도, ‘악역’에 의해 멸망한 것도 아닌, ‘세일러문’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다! 지켜보는 시청자 모두를 경악케 한,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방영시간대 설정이나 스토리의 설정이나, 당초에는 분명히 미취학 아동을 타겟으로 잡았던 실사판은, 결말에서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노선을 밟고 만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어린이 타겟의 드라마 프로그램에 무언가 어린이 타겟 프로그램 이상의 작품성을 부가하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성을 위해서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생의 세계에 프린세스 세레니티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그녀는 연인이 죽은 슬픔에 폭주하여 그만 지구를 멸망시키고 만다.  그러나 그녀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녀의 어머니의 바램에 의해 현생에서 우사기(세일러문)라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 전생대로의 삶과 사랑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현생의 세일러문에게 빙의(?)되어 나타나, 우사기가 현생을 살며 얻은 삶의 가치들―사랑, 우정, 가족 등―을 모두 무시하고서, 세일러문이 그동안 악에 맞서 싸워 지키고자 했던 지구를, 다시 연인이 죽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멸망시키게 만든 것이다.  그것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했던 친구들 즉 동료 세일러 전사들이 뒤에서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마저도 완전히 무시한 채이다.  그 행동의 주체가 세일러문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대체 이런 식의 변경이, 만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을 거쳐 계속되어 일관되게 형성되었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구해낸다”라는 세일러문이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판단성향, 행동패턴 등 모든 것을 뒤엎으면서까지, 대체 얼마의 교훈과 얼마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노릇이다. 

 

 

 

멸망한 지구 위에 홀로 남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세일러문

 

 

  물론, 지구가 멸망한채 스토리가 끝나지는 않는다.  제 손으로 지구를 멸망시켰다는 것을 깨달은 세일러문은 그제서야 전생과 같은 일을 벌였음을 후회하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다시 지구를 부활시킨다.  모든 것을 부활시키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긴 하는데, 여기서 세일러문 팬들은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다.  지구를 멸망시킨 것도 세일러문이고, 지구를 부활시킨 것도 세일러문이다.  이렇게 손쉽게 지구가 망했다 살았다 하는 것이다.  대체 악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이 스토리 자체에서 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스토리 초반부터 세일러 전사를 위협해왔던 악역은 정작 지구 멸망의 순간, 오히려 세일러문을 원망하며 죽어갔다.  세일러 전사들이 그동안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싸워왔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진정한 악은 세일러문이나 다름이 없다.  진정한 히로인은 어디로 갔는가?

 

 

 

히로인은 지구를 멸망시키고, 악당은 이에 속절없이 당한다.

 

 

  물론 이걸로 독창성은 충분히 획득했다.  원작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뮤지컬에서도 세일러 전사들의 활약으로 단 한 번도 멸망한 적 없었던 현생의 지구는 실사판에 가서 주인공의 덕택으로 너무도 쉽게 멸망하고 만다.  다만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세계관과 함께 7년 이상을 지내온 사람마저 이해하지 못한 마당에, 당초 이 작품의 타겟이었던 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이런 결말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뭔가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이지 생각하기 어렵다. 

 

 


 

4.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상술’

 

  세일러문의 주요 스폰서는 완구 제조사 ‘반다이’이다.  이렇다 보니, 원작이 창작자 스스로의 이상과 개성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인 반면에, 실사판은 하나라도 더 관련 아이템을 팔아먹으려는 스폰서의 의도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오히려 씁쓸함을 자아내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일단 기존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모든 아이템들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운 것이 그것이다.  변신 아이템의 핵심이었던 펜이 손목시계로 바뀌거나, 세일러문을 제외한 다른 네명의 세일러 전사들의 새로운 무기로 뜬금없이 ‘탬버린’이 등장하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음악의 요정들도 아니건만, 탬버린을 쳐서 덮쳐오는 적을 공격하는 장면에선 정말 폭소를 금할 수가 없다.  얼마나 연구해 주셨는지 각각 탬버린을 치는 방법도 다르다.  하나라도 아이템을 더 개발하고 투입해서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고뇌가, 오히려 작품과는 붕 뜬 요소로 작용하여 작품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술로 남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좋다고 봤을지도 모르겠다.

 

 

 

공격용 탬버린 ... ┒-

 

 

  그러나 이것보다 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은, 세일러 루나라는 실사판 오리지날 캐릭터의 등장이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무려 아까의 ‘말하는 고양이 봉제인형’이 사람, 그것도 세일러 전사로 변신하는 것이다.  물론, 원작에서도 루나가 사람으로 변신하긴 한다.  그런데 이 사람으로 변신할 줄 안다는 원작의 설정이 있어서, 실사판의 ‘세일러 루나’는 더욱 혼선을 빚고 만다.  왜냐하면, 원작에 의하면 고양이 루나는, 세일러문의 은수정의 힘이 있어야만 사람으로 변할 수 있으며, 변한 후의 모습은 당시 고양이의 나이를 사람의 수명으로 환산했을 때의 나잇대, 즉 20대 쯤의 젊은 여성이고, 이 캐릭터가 사실은 외계의 ‘마우’라는 이름의 별에서 온 외계인인데 그 ‘마우’를 담당하는 세일러 전사가 따로 있어서, 루나는 절대로 ‘세일러 전사’로 변신할 수 없다는 설정마저 있었던 것이다! 즉 실사판의 세일러 루나는, 자의로 변신하고, 어린아이 캐릭터에다가, 세일러 전사라는 점에서 원작의 설정에 그대로 헤딩하는 양상을 띠고 마는 것이다.

 

 

 

왼쪽은 원화화보집의 루나 인간화 일러스트, 오른쪽은 실사판의 세일러 루나.

루나가 사람이 되었다는 점은 같건만, 너무도 갭이 크다.

 

 

  실사판 제작진이 원작자와 상의를 꽤 했다던데, 정말 원작자가 자신의 설정을 정확히 거스르는 이런 설정을 자의로 용납해 준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캐릭터가 등장한 배경은 거의 확실한 추측이 가능하다.  주요 세일러 전사 5인은 중학생~고등학생 정도의 신체를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실사판이 당초 시청자 타겟으로 잡았던 어린이가 자신을 동일시할만한 캐릭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관련 상품의 판매를 위해서이다.

 

 

 

원작자가 직접 그린 세일러 루나의 SD 캐릭터.

...원작자마저 인정한건가.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에 어린이 캐릭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음 시리즈로 가면 미래에서 온 세일러문의 딸, 세일러 치비문이라는 어린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세일러 루나를 억지로 등장시킨 것은, 실사판 세일러문이 생각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함으로서 제작진이 후속 시리즈의 제작을 포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세일러 루나라는 어린이 캐릭터의 등장으로 어린이의 신체 사이즈에 딱 맞는 세일러전사 변신복이 바로 상품으로 나왔고, 세일러 루나만의 변신 아이템, 공격 아이템이 차례차례 등장했다.  매상은 얼마나 올렸는지 알 수 없으나, 큰 관심을 가지고 실사판 세일러문을 지켜보고 있던 기존 팬들로서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원작을 지나치게 거스르는 설정에 경악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세일러 루나로 변신할 수 있게 해주는 변신복[...]

 

 

5. 마치며

  역시 기존에 성공했던 한 작품을 다른 매체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시간과 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실사판의 경우에는, ‘드라마’라는 형식을 취하다보니,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에는 돈도,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작의 초기 설정을 충분히 구현해 내어, 만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세일러문이 히트쳤던 과거의 추억을 살려내는 데에는 분명히 성공한 작품이다.  다만, 이 실사판의 주 시청자층을 ‘미취학아동’으로 한정하여, 진정으로 세일러문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던, 명백히 존재하는 90년대 세일러문의 팬들을 무시한 것은 커다란 실수이다.  또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독창성에 대한 고민에서인지 작품성에 대한 고민에서인지, 당초 설정했던 타겟에 대한 초점을 흐려가면서 원작에 헤딩하는 설정과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은 제작진의 판단착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현실적 한계’의 문제겠지만 상술이 지나치게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점 역시 제작진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요소였다. 

 

  결국 세일러문 실사판은 거창한 기획과 거창한 캐스팅에도 당초 예상보다 한참 낮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히트 요소가 가득한 ‘킬러콘텐츠’를 활용했다 해도 그 활용방법에 따라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작품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