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 이야기/-코믹스감상기

마모루, 턱시도 가면은 당초의 목적을 완수했는가?

Endy83 2007. 11. 12. 01:28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코믹스 2권을 보면,

우사기가 턱시도 가면이 치바 마모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모루는 자신이 턱시도 가면이 되어 활동하는 이유를 밝히게 됩니다.


마모루 “난, 나의 기억을 찾기 위해, 환상의 은수정을 찾아야만 하니까.”

우사기 “기억!?”

마모루 “6살 되는 생일 날, 사고로 양친을 잃고, 난 모든 기억을 잃어 버렸어.  깨어난 후 병원에서 치바 마모루라는 이름을 붙여 줬지만... 생각이 안나.  내가 정말로 치바 마모루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 아무것도... 그리고 몇 년 동안 줄곧, 그 때부터 몇 번이나 꿈을 꿨어.  ‘환상의 은수정’이라는 단 한마디, 똑같은 꿈을 계속 반복해서... 정신이 들면 난, 몽유병자처럼 밤길을 배회했어.  턱시도를 입고 마치 괴도처럼.  내 기억을 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서인, ‘환상의 은수정’을 찾아서 줄곧.”


그러니까 마모루의 요지는 이겁니다.

“기억을 찾기 위해,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환상의 은수정’을 찾아다녔다.”

 

교통사고로 이전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이 사라진 기억을 찾기 위해,

어디까지나 현생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턱시도 가면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코믹스에서 마모루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나이가 18살이니

6살 때 기억을 잃은 이후 12년을 그렇게 방황해왔다는 게 되는 걸까요.


뭐 어쨌든, 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턱시도 가면이 세일러문을 대신해서 쿤차이트의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또는 목숨을 잃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데 -

 

 

 

 

턱시도 가면 ‘엔디미온.  그것은 나의 이름... 생각났어.  난, 치바 마모루로 다시 태어난 거야.  이곳에, 널 만나기 위해...’


상당히 만족스런(?) 얼굴로 저런 대사를 하는데 -

잠깐, 당신 이걸로 된거야?

지금 생각난 건 어디까지나 엔디미온이라는 전생의 이름이자 기억일 뿐이지,

당신이 12년동안 찾아 헤매온 6살 이전의 치바 마모루의 기억이라거나, 부모에 대한 기억이 아니잖아?!

목적이 전이되어버렸어!!!

이걸로 만족하는 거야?

 


 

하물며 마모루처럼 현생의 기억을 잃었던 적도 없었기에

‘기억을 찾고자 하는’ 목적이 애초부터 전혀 없었던 세일러 전사들이

“기억났어... 우리들은 프린세스 세레니티를 지키는 4수호신인 전사...! 프린세스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달의 왕국을 부흥시키기 위해 다시 태어난 거야.”

라며 전생의 기억을 찾고 있습니다. 

전생의 기억을 찾는다는 건 거기 있던 세일러팀 쪽에게는 모두 공평한 사실이었으니

전혀 특별할 게 없는 거죠.

 

중요한 건 이 시점에서 마모루 개인의 ‘목적달성여부’의 문제인 겁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언급되는 건 마모루의 전생, 즉 엔디미온에 관련된 사항들일 뿐,

절대 이번 생에서의 치바 마모루의 사고 이전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결국 마모루는 사고 이전의 기억들을 찾지 못한 걸로 만족하고 마는 걸까요. 

즉,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채 납득하고(=포기하고) 마는 것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잠깐 옆으로 새서,
마모루가 부모를 잃고 기억 상실이 된 것과 관련해서 하나 음모론을 제기하자면,

[어린 마모루를 그런 상황으로 빠뜨린건 ‘은수정’ 내지는 ‘퀸 세레니티의 음모’가 아닐까]

라는 것입니다.


 

가령, 

“이성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마모루의 부모님이라면 절대 ‘우사기 같은 여자’에게는 마모루를 장가보내지 않을 만하다”

또는,

“마모루가 기억을 잃지 않고 자라난다면 ‘우사기 같은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근거로


“마모루가 그대로 행복한 가정에서 아무 탈 없이 자라났다면

이 세계에 환생한 프린세스 세레니티는 다시 엔디미온과 엮일 수 없다”

 

라는 판단 하에,

은수정 또는 은수정을 발동시킨 퀸 세레니티의 의지가
마모루의 부모님을 제거하고 마모루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마모루가 ‘엔디미온’이라는 자신의 전생의 정체성을 깨닫고서는,

당초 목적이었던 교통사고 이전의 기억을 아직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전생의 정체성 및 전생과 현생과의 연결고리를 깨달은 것으로

엔디미온이기 이전에 치바 마모루인 자신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납득하고 만 것 -

 

- 이 역시도 은수정의 짓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환생한 엔디미온(=치바 마모루)에게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현생에서는 세레니티와 맺어져야 한다는 새로운 의식(=강박관념)을 부여한 것으로

은수정(=퀸 세레니티의 의지)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니까요.

 

 

 

 

 

p.s 1 : 사실 마모루가 사고이전의 기억을 찾지 못했다 - 라는 증거도 없죠 ^^

p.s 2 : 결국 대책없는 음모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