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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동아일보에 실린 세일러문

Endy83 2005. 5. 8. 23:57

[동아일보] 1997-09-10 (매체) 기획.연재 26면 1235자  

 

 만화영화 세일러 문 방영중단/「달의 요정」 사라진 뒤 “시끌” 
  방송위서 “선정적” 판정/팬들 PC통신 “재개” 서명운동/“일본만화 추방” 여론 만만찮아

 

 


『세일러 문을 돌려주세요』
8일 KBS2의 만화영화 「달의 요정 세일러 문」이 방송 끝을 알리자 주고객층이었던 여자어린이들 사이에 난데없는 울음보가 터져나왔다. PC통신에서도 거센 종영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소동을 낳고 있다. 「세일러 문」 인형과 장신구가 불티나게 팔리기도 한다. 「세일러 문 종영 신드롬」이다.
「세일러 문」의 갑작스런 종영은 방송위원회의 방송불가 판정 때문이다. 방송위는 최근 만화 사전심의 과정에서 KBS가 이번 주부터 방송하려던 「세일러 문SS」편이 선정적이고 어린이의 정서와 맞지 않아 내보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세일러 문」은 원래 일본의 여류만화가 다케우치 나오코가 청소년 잡지 「나카요시」에 연재하던 만화다. 92년 TV만화로 만들어진 이래 일본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에서 방영되면서 세계 만화시장을 사로잡은 「저패니메이션(Japan+Animation)」중에서도 첫손에 꼽힐 만큼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부터 방송돼 한편으로는 캐릭터상품이 동날 정도의 상업적 성공과 「마니아」의 증가, 또 한편으로는 선정적인 일본만화 추방운동의 표적이 될 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는 주인공의 대사는 어린이들사이에 유행어로 자리잡기도 했다.

「세일러 문」이 만화영화로는 드물게 20%안팎의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화제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창완 세종대 강사(영상만화학)는 『평범하고 때로는 멍청하기까지한 여학생이 정의의 전사로 변하는 세일러문의 「변신」이 여자아이들이 갖기 쉬운 신데렐라콤플렉스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반전을 거듭하는 선악의 대결구도도 만화의 허구적인 세계에 열광하는 「카오스 세대」를 빨아들인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세일러 문」이 종영되자 인터넷에 「세일러 문을 살리자」는 사이트가 만들어졌을 정도.
그러나 쭉뻗은 여자의 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집단적인 악행을 벌이는 등 일본특유의 문화가 배어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편 KBS는 방송위원회에 「세일러 문」의 재심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위 관계자는 『방송불가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TV만화영화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일본만화영화의 비중을 낮추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알려져 앞으로 TV에서 「세일러 문」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