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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세일러문 20주년 기념 코사카 아키코 인터뷰

Endy83 2014. 5. 23. 17:14

 

코사카 아키코 씨가 세일러문 20주년 헌정앨범을 기념하여 인터뷰를 하신 내용입니다.

코사카 씨는 Moon Revenge, 턱시도 미라쥬 등을 비롯하여 세라뮤의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신 분이죠 ^^

 

헌정앨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더군요.(http://sailormoon.tributealbum.jp/)

홈페이지에 앨범 작업에 참여한 다른 가수들의 코멘터리랑, 뭔가 전문가(?) 분의 음반 리뷰도 실려 있긴 한데

쓱 읽어보니까 대부분 별 가치가 없는 내용들이라 = = ...

 

 

 

 

 

 

 

 

 

 

──코사카 씨 하면 대히트곡인 "당신"으로 널리 알려져 계시는데요, "세일러문"의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셨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먼저 "세일러문" 쪽 작업을 하게 된 경위부터 여쭙겠습니다.

시작은 뮤지컬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은 "세일러문" 이전에, 같은 시간대에 했던 "금붕어 주의보"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코사카 씨, 이번 시간대는 1회 쉬게 됐어요"라길래 당초에는 관여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세일러문"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단계가 되어서 "오케스트라랑 팝을 둘 다 다룰 줄 아는 분께 부탁드리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뮤지컬이 시작된 것은 애니메이션 방송 시작 1년 후, 1993년이었죠.

먼저 테마곡부터 정해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아무리 다시 써도 OK가 안 나는 거에요. 이래저래 하고 있다 보니 티켓이 발매되고, TV 광고까지 나오고...(웃음)

 

──어, 그 시점에서 단 한 곡도 완성되지 않았던 건가요?

그렇죠(웃음). 음악가가 저 말고 한 분 더 있어서, 누가 무엇을 하느냐를 테마곡이 완성되지 않으면 정할 수가 없다니까요... 써도 써도 이건 아냐라고 하시니까, 완전 열받아서 프로듀서님께 "오늘 다 모여주세요!"라고 전화를 했더니 10명 쯤이 쭉 둘러싸기에 깜짝 놀랐어요(웃음).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이거라면 꼭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만든 것이 "라 솔져(La soldier"였습니다. 근데 바로 내자니 왠지 부아가 치밀어서, 제출하지 않고 이틀 정도 묵혀뒀어요(웃음).

 

──아하하(웃음)

고민도 했었죠. 그 때까지 저는 "싱어송라이터 코사카 아키코"라는 제 색깔을 지켜왔는데, 새로운 경지라고 할 만한 이 곡을 발표해 버렸으니까, 앞으로 이 노선을 계속 기대하시는게 아닐까... 하고요. 근데 뭐 더는 시간도 없어서, 그대로 제출해버렸지만요.

 

 

 

 

──확실히 이 "라 솔져(La Soldier)"에는 가요 같은 느낌이 없네요.

맞아요. 그리고 후유모리(카요코)씨의 가사가 또 한 에로틱하고요.

 

──"세일러문"인데 이렇게 성인곡 같은 가사를 쓰다니...라며 놀랐어요.

하지만 세일러문은 애당초 굉장히 에로틱하고, 매우 깊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은 어느 정도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고 있으니까 뮤지컬은 원작의 분위기를 쫓아 간달까, 애니메이션과는 차를 두겠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세일러문이라는 '정의'을 증오하는 악과, 그것을 죽이지 않고 정화한다는 방법으로 싸우는 세일러문. 그 끝없는 정의와 악의 관계가 바로 "세일러문" 뮤지컬에서 가장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400곡 넘게 만들었지만 "라 솔져(La Soldier)"는 대주제곡으로서 오래도록 불려져 왔죠.

 

──400곡이나 쓰셨다고요!

13년 동안 계속 "세일러문" 뮤지컬 곡을 썼어요. 그 시절에는 1년 중 7개월 정도를 "세일러문"에 바쳤었죠. 봄, 여름, 겨울 이렇게 공연이 매년 3번 있었으니까요.

 

──매번 돌아올 때마다, 신곡을 만드셔야 했나요?

맞아요. 그것도 캐스트가 바뀌기도 하니까, 누구라도 부를 수 있도록 곡의 키를 좁게 잡고 만들어야 하거든요. 캐스트 중에는 원래 뮤지컬을 공부하지 않았던 배우분들이 많았으니까, 곡을 만드는 게 참 힘들었죠(웃음). 하지만 그 덕분에 보통 사람들이 부르기 쉬운 곡이라던가, 사람을 키운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당시의 배우분들이 제 쪽에 보컬 레슨을 받으러 오시고 그래요.

 

──계속 뮤지컬 관련 일을 해 오셨는데요,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에도 곡을 쓰게 되신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애니메이션 쪽 스탭인 이쿠하라(쿠니히코) 씨께서, 극장판("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에 쓸 곡을 발주하셨던게 제일 첫 작업이었어요. "라 솔져(La Soldier)"를 듣고는 "이게 바로 세일러문의 곡이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극장판 R"의 주제가 하면 "Moon Revenge"입니다만, 1곡이 통째로 극 중에 흐르는 클라이막스는 팬들 사이에서도 굴지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지요.

덕분에 굉장히 호평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 후에 "라 솔져(La Soldier)"도, TV 애니메이션 마지막편이었던가 어디에(제88화 "빛과 어둠의 최종결전! 미래에 맹세하는 사랑")에서 극 중 삽입곡으로 써 주셨죠.

 

──그리고 이어서 탄생한 것이 "미소녀전사 세일러문S"의 엔딩, "턱시도 미라쥬"인가요?

그렇네요. "우사기와 마모쨩의 러브 송"이라는 직격 의뢰를 받았습니다. 분명 이 곡을 첫 계기로 타케우치(나오코) 선생님과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후유모리 씨의 가사랑 또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기본적으로는 가사가 있고, 거기에 곡을 붙이는 식으로 작업하시나요?

네. 저는 그게 편하더라고요. 이 곡은 타케우치 선생님께서 먼저 써주셨던 가사가 너무 길었어요. 완성판의 1.5배 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TV 엔딩은 90초라는 길이가 정해져 있기 떄문에, 전혀 들어가지가 않죠. 한바탕 고민하고 나서, 타케우치 선생님꼐 "좀 더 짧게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이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랬군요. 눈물을 머금고 넣어두어야 했던 가사도 꼭 보고 싶네요.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시려나요. 찾아보면 저희 집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로맨틱한 가사죠. "초승달모양 샬레"라던가 "카나리아 오르골"이라던가, 작사가분의 가사랑은 또 완전히 다른 특징적인 단어가 많아서, 멜로디를 입히는 작업이 굉장히 즐거웠어요. "이 오르골, 어떤 오르골일까? 갖고 싶다"라며 아직도 팬 분과 얘기하곤 하죠.

 

──코사카씨 본인께서도 이 곡을 커버하신 적이 있죠.(앨범 "회상~linked to 40yrs.~")

맞아요. "세일러문"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 들으면 좋아하게 되는 곡이라, 라이브에서 불러도 인기가 좋더라고요. 이 정도로 멜로디어스한 곡은 "세일러문"에서는 꽤 드물잖아요. "라 솔져(La Soldier)"랑은 대조적으로, 제 색깔이 잘 나온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는 세일러 전사 역할의 성우분 5명이 담당하셨는데, 레코딩 때의 인상적인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나요?

아까 뮤지컬 이야기 때도 나온 겁니다만, 역시 각자 키가 다르니까 음역을 잡는게 어려웠어요. 항상 1옥타브 정도만 써야 한다는 룰이 있어서 힘들었지요(웃음).

 

──이번에 발매될 헌정 앨범에는 "턱시도 미라쥬"를 모모이로 클로버Z가, "라 솔져(La Soldier)"를 Tommy heavenly6가 커버했는데요. 들어보시니 어떠셨나요?

"턱시도 미라쥬"는 정말, 너무도 순수한 느낌. 근데 뭐랄까 코케티시(역주: 교태로운, 요염한)...라는 단어를 아직 쓰는지 모르겠습니다만(웃음), 그런 느낌도 있어서 귀여웠어요. 모모쿠로 분들이 평소에 그다지 이런 류의 발라드는 안 부르시는 걸로 아는데, 굉장히 하모니가 예쁘더라고요.

 

──후렴 부분의 하모니를 포함해서, 의외로 원곡에 충실하더라고요.

원곡에 가까운 편곡이었어요. 저 모모쿠로 분들의 쭉 뻗은 창법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는 노래는 사실 별로 안 좋아해서요. 요즘은 바이브레이션을 넣어서 부르면 부를 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음악 채점 방송 같은 것도 있는데, "그건 아니지!"라고 TV 앞에서 성을 내기도 해요(웃음).

 

──하하하(웃음)

모모쿠로 분들은, 진짜로 순수하잖아요. 중학생 느낌 그대로랄까(웃음), 굉장히 구김살 없는 느낌. 히트를 쳤는데도 본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느낌이라 그게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잘한다"랑 "노래가 좋다"는 전혀 다르다고 항상 생각하는데요, 저는 노래 실력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고, 모모쿠로 분들은 어느 쪽인가 하면 "좋은 노래"를 하는 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화악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와 기세가 있잖아요.

 

──그렇군요. 그럼 Tommy heavenly6 의 "라 솔져(La Soldier)"는 어떠셨나요?

정말 너무 마음에 들어요. 브리그리(the brilliant green) 시절부터 Tommy씨를 너무 좋아해서요, 이 곡을 선택해 주셔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뭐랄까 하드한 테이스트에 너무 멋있는...

 

──헤비한 느낌의 편곡이었지요

헤비메탈이죠. "오오! 스네어가 배로 늘었어!"라며 흥분되더라고요(웃음). 이 헌정 앨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뮤지컬 곡이 들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지라, 너무 좋았어요.

 

──타케우치 선생님의 담당 편집자이신 오사BU씨가, 작년 트위터로 "세일러문"의 인기곡 투표라는 기획을 하셨거든요. 거기서 "라 솔져(La Soldier)"는 8위였고요. 그리고 공동 1위였던 것이 "Moon Revenge"랑 "턱시도 미라쥬"였답니다.

에엑! 그랬나요? 정말 기쁘네요.

 

 

 

 

──코사카 씨의 곡이 이 정도로 "세일러문"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으음... 어째서일까요. 추측하건대, "영원"이라는 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영원?

네. "세일러문"은 윤회를 테마로 삼고 있잖아요. 과거와 미래가 이어져 있달까. 저도 씹어도 씹어도 그 맛이 사라지지 않는 껌처럼, 계속 불리워지는 곡을 쓰고 싶은데요, "세일러문" 쪽에 쓴 곡들을 통해 말 그대로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예를 들면 지금 서른살 정도 된 사람들은 "당신"이라는 곡을 모르지만, "세일러문"을 어머니한테 얘기하면 "코사카 아키코는 옛날에 "당신"이라는 곡을 불렀던 사람이야"라며 가르쳐 주는 식으로, 그렇게 제 음악이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뻐요. 데뷔 이래 올해가 40년째 됐는데, 세일러문이 20주년이니까, 제 음악계 이력의 반쯤을 같이 해온 셈이거든요.

 

─그런 코사카 씨에게 있어서, "세일러문"이라는 작품은 어떤 존재인가요?

그러게요... 마모쨩은 아니지만 저도 당시부터 계속 세일러문이 지켜준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많은 팬 여러분을 보고 있어도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이 헌정 앨범의 정보가 공표되었을 때, 아마존에서 예약이 막 들어찼던게 정말 압권이었죠.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데 예약을 하다니...

 

──아하하(웃음). 내용물이 어떻든 "세일러문" CD라면 산다, 그런거죠.

그렇죠? 이렇게 CD가 안 팔리는 시대인데 말이죠. 다시금 "세일러문"이라는 작품의 위력을 느꼈고, 모두 우사기쨩에게서 힘을 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드디어 신작 애니메이션 배포도 시작되고, 그 파워는 점점 커질 것 같아요.

항상 생각하는 건데, 계속 바라면 꿈은 이루어지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세일러문"의 부활이 실현되어서, 이번에 이 앨범이 나오게 된 것이 정말 기쁩니다. 들어 있는 것은 과거의 노래지만, 요즘 노래로서 다시 한 번 새로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