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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세]내전사, 그리고 섹스 어필

Endy83 2013. 6. 25. 22:00

 

 

 

 

 

[다시 보는 세일러문 섹슈얼리티] #2

 

 

 

 

 

1. 원작에서 죽은 내부 태양계 전사, 애니메이션에서 살다

 

 

세일러문의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내세울 수 있는 것 중에

츠키노 우사기 주변의 네 명, 흔히 내부 태양계 전사로 불리우는

아미(머큐리), 레이(마스), 마코토(쥬피터), 미나코(비너스) 들의 성격 표현 차이를 들 수 있다.

 

세일러문이 원작이 아닌 애니메이션에서 대박을 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저 내전사들의 캐릭터를 뭉뚱그리지 않고, 각 화에서 각자의 개성을 살려줬다는 점에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진의 내전사에 대한 노력은, 다음 사례만 봐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S에서 내전사 네 명의 매력을 뛰어넘는 사기캐(...) 하루카, 미치루, 세츠나, 호타루로 구성되는

외부 태양계 전사가 등장하여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원작에서는 내전사 네 명의 주목도가 급락하게 된다.

(대체로 뭉뚱그려 한 덩어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짐)

 

한편, 애니메이션에서는 SuperS에서 과감히 이들의 등장을 삭제해 버리는 수를 단행함으로써

내전사들의 개성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원작에서 뭉뚱그려진 것은 내전사들의 개성 뿐일까?

단순히 개성이라고 말하기에 조금 더 깊은 무언가가 있어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더 큰 매력을 획득한 것이 아닐까?

 

 

 

 

 

2.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타겟 비교

 

 

일단 양 매체의 타겟의 차이를 생각해 보고 싶다.

원작의 세일러문은 '나카요시'라는 순정만화지에 연재된 작품이다.

거의 초~중학생 사이의 여자아이들만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한편으로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에게 지지를 보낸 팬층은 어떨까.

흔히 '남녀노소'라고 한다. 성별을 불문하고, 나이를 불문했다.

 

여자->남자로 타겟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스토리텔러와 관객의 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타케우치 나오코는 여자이며, 같은 여자, 그러나 미성숙한 여자를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

따라서 거기에는 그 어떤 성적인(말초적인) 표현이 요구되지 않는다. 

비록 잡지측의 편집 담당자가 남자였다고는 하지만, 애시당초 잡지의 주타겟층에 남자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남자인 담당자가 요구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남성적 로망은 '세일러복을 입힌다' 수준에 불과했다.

 

한편, 애니메이션의 감독, 연출에는 남성 스탭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유명한 사람만 들어봐도, 사토 준이치, 이쿠하라 쿠니히코 등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면밀히 살펴보면 남성 애니메이션 팬들의 욕구를 정확히 캐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들 또한 그러한 팬 중 하나이기 때문일까)

 

타케우치 나오코가, 백마탄 왕자 클리셰, 변신 히로인 클리셰를 이용하여

미성숙한 여자아이인 독자층의 욕구만을 충족시키고 있었다면

애니메이션의 남성 스탭들은, 이들 클리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성 애니메이션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장치를 이것저것 끼워넣었다는 것이 된다.

 

그것이 남자와 여자를 아우르는 팬층을 형성하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3. 내전사들의 섹스 어필

 

 

앞서 말했던 '남성 애니메이션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장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 장치라는 건 참으로 단순하게도, '섹스 어필' 즉, '성적 매력의 극대화'다.

 

비록 미성숙한 중학생이라고는 하나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의 캐릭터들은

외적으로, 또 내적으로 '성적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외적 섹스 어필'로는 그 유명한 변신 장면의 선정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리, 엉덩이, 가슴의 라인을 20초 남짓에 걸쳐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변신 장면들은

남성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인기가 오래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변신 장면은 같은 장면을 매 회 반복해서 재생할 뿐,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번 보면 금방 질려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적 섹스 어필'이 필요하게 된다.

'외적 섹스 어필'이 '섹스하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를 일으킨다면,

'내적 섹스 어필'은 '교제하고(사귀고) 싶다'는 감정적(애정적)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세일러문 첫번째 시리즈에서, 비록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내적 섹스 어필'을 위해 들어간 장치로서의 캐릭터들이 있다.

 

우라와, 유이치로, 인형뽑기남을 비롯한 선배랑 닮은 남자 시리즈, 알렌

 

이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이한 외모의 캐릭터들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내전사 캐릭터들의 '연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짝사랑이든, 미성숙한 사랑이든, 이들은 아미, 레이, 마코토, 미나코가 애정을 품는 대상이다.

이들이 등장할 때, 아미, 레이, 마코토, 미나코는 각자의 '좋아하는 남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게 된다.

그 양상은 4인 4색으로 다르므로 각 인물의 개성 차이를 드러냄에 부족함이 없으며

캐릭터 카탈로그를 풍성하게 하는 주요 정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남자 캐릭터들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외모'라는 점은,

평범한 남성 시청자들이 자신을 그 캐릭터에 대입하기 쉽게 하는 영리한 장치로 기능한다.

 

즉 이들 캐릭터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xx가 여자친구로서 매력적이다'는 식의

'내적 섹스 어필'의 피드백을 일으키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몸매로 표현되는 '외적 섹스 어필'로 우선 남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뒤,

연애의 양상으로 표현되는 '내적 섹스 어필'로 '여자친구상'을 만들어 그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것.

이러한 '외적/내적 섹스 어필 전략'이 바로,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이 여성을 넘어 남성 시청자 또한 크게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