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매체 공통]

사천왕의 복식 변천으로 보는 네 남자의 입지 변화

Endy83 2010. 4. 15. 22:42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을 보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세일러문R에 등장하는 블랙문의 이상한 네 자매는 기억하지 못해도, 첫 시리즈의 퀸 베릴 및 사천왕 정도는 기억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제일 첫 시리즈의 악역들이었기에 제일 인상에 남았을 수도 있고,

애니의 경우 악역 간부 1인당 노출시간이 제일 길었던 악역 그룹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정말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개개인의 활동에 포커스가 맞춰진 악역 그룹이었죠)

 

이 사천왕이라는 캐릭터는 또한, 모든 적들 중 가장 많은 매체에서 표현된 악역 그룹이기도 합니다.

(원작 / 애니메이션 / 뮤지컬 / 실사판)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매체에 따라 변화하는 사천왕의 복장을 통해

매체에 따라서 변화하는 그들의 다크 킹덤 내에서의 입지나 상사(?)인 퀸 베릴과의 관계를 알아 보고자 합니다.

왜냐구요? 재미있을테니까요[...].

 

 

훗...

4년전 계획했던 포스팅을 이제야 쓰게 되다니 ㅠㅠ

저도 상당한 게으름뱅이임에 분명합니다 ㅠㅠ

 

 

 

 

- 원작.

 

 

 

화보집1권 및 원화설정집에 실려있는 그림입니다.

 

요녀 내지는 마녀로 보이는 퀸 베릴(좌측 일러스트)과,

머리스타일 외에는 이렇다할 눈에 띄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사천왕(우측 일러스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 쿤차이트(우측 일러스트 최우측 인물)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망토를 두르고 있으니

대충 얘가 제일 힘은 있겠구나 싶긴 하죠.

 

여기서 나타나는 이들의 관계를 간단히 표현하자면요.

 

동업자 사천왕과 그들을 서포트하는 마녀 베릴.

원작 코믹스에서 이들은 그런 관계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실제로도 원작에서 보면, 이들은 결국 (영혼이나마) 베릴의 주박을 벗어나

원주인(?)인 엔디미온(치바 마모루)한테 붙어 살게 됩니다.

애당초 퀸 베릴의 요력이 아니었으면 저들이 나서서 그녀를 상사로 삼을 일은 죽어도 없었으리라는 느낌이죠.

어쨌거나 네명은 다 고놈이 고놈... 개성도 없고 그냥 사천왕이라는 덩어리입니다. 

 

 

 

 

 

 

-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 책받침에 쓰인 일러스트입니다.

당시의 다크 킹덤 분위기를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ㅎㅎ

(사실은 사천왕이 모인 애니 쪽 일러스트가 거의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쓴 부분도 없진 않습니다만)

 

애니메이션 복장설정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고 있죠.  획일적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퀸 베릴님의 기(aura)가 너무 센 탓에 이들 네명은 도저히 기를 펴지 못할듯한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이 일러스트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애니에서도 느낄 수 있죠.

 

사천왕은 각자 열심히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여 일일이 퀸 베릴님께 보고합니다만

멤버마다 쓰는 방식이 워낙에 획일적이라, 사실은 일일이 보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 =

(퀸 베릴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들을 필요조차 없었던 형식상의 보고였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저들 나름대로는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뻗대지만

결국 베릴님 눈 앞에서 대놓고 반항하지는 못하죠.

(...뭐 눈앞에서 반항했다간 그 즉시 영원한 잠에 빠지는 형벌을 받을... 베릴 님은 절대적 힘의 소유자니까요 ㄷㄷ)

그냥 그렇게 최종화까지도 못 가고 산화하고 맙니다.

 

말하자면, 한 명의 무시무시한 독재적 총사령관으로 군림하시는 퀸 베릴 밑에서,

그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느라 바쁜 안타까운 네명의 부장님들입니다.

 

(과거에 이들이 엔디미온의 부하였다는 설정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에

이들은 한 시리즈를 넘기기 위한 소모성 악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이들의 개성은 더욱 죽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뮤지컬

 

 

복장 구현은 원작에 충실한데, 사천왕의 역할이나 성격,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가

뮤지컬에 쓰일 때마다(전체적으로 보면 한 6번 정도 새로이 쓰였습니다만) 너무 달라져서

(예 : 모자라는 악역 머릿수 땜빵, 괜한 러브라인 조성 등)

특별히 싸잡아서 정리할 개연성도 느끼지 못하여 패스합니다.

 

 

 

 

- 실사판

 

 

 

여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사천왕!

사천왕의 반란입니다! 원작 무시하고 이렇게 화려하게 입혀놔도 되는거야? 싶을 정도로군요.

하나같이 거의 공통점이 안 느껴질 정도로 뚜렷한 개성의 코스튬을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실사판 와서는, 사천왕의 입지나 태도도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게 느껴집니다.

 

 

 

 

옆의 이미지와 같이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자랑하시는

우리의 거유 퀸 베릴 님.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연륜의 포스가,

이미 사천왕이 범접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해 계시는 듯합니다.

 

확실히 실사판 초반에서는 제다이트와 네프라이트가,

서로 이런 위대하신 퀸 베릴 님의 사랑과 관심을 얻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은 '명령'에 의한 억지가 아니라 '자발적인 동기'로 움직이죠.

 

그런 한편으로는 그녀의 관심 따위 안중에도 없이 마이 페이스를 달리는

(여왕님을 불안하게 만드는)조이사이트와, 여왕님의 권위를 감히 넘보려고 드는

쿤차이트가 존재하죠.

 

이들은 실사판 마지막회까지 뚜렷한 자기 색을 나타내며

때로는 극의 주역인 세일러 전사보다도 강한 인상을 선사합니다.

복장 역시도, 단출한 세일러 전사들의 세일러 복에 빗대보면

훨씬 장엄해보이고 무거워(^^;;) 보이죠.

 

이들의 복장으로 보는 실사판에서의 사천왕의 입지는,

입헌군주제에서, 예를 들면 영국의 여왕의 환심을 얻기 위해 애쓰거나,

그 여왕의 권위를 뒤엎으려 획책하는 4명의 백작의 모습이랄까요.

(어찌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용쓰는 두명의 아들과

관심없는 아들과, 반항 내지는 넘보려 드는 아들, 이 5명 가족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듯 합니다 ㅎ)

 

실사판에서는 나중에 사천왕들이 원작에서처럼 다시 정신 차리고
엔디미온의 수하로 들어간다는 설정도 있어서,

전생 장면에서 엔디미온 일족과 많이 친한 느낌의 네명의 귀족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었죠.(옷들은 죽어도 안 갈아입어-_-)

 

어느 모로 보나, 납득이 갈 법한 파격적 최종 변신으로 보입니다.

...원작 코믹스의 사천왕은 불쌍할 정도로 초라했잖아요?

 

 

 

 

 

원작자 나오코 씨가 세일러 문의 전생 세계에서 중세풍 유럽 판타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세레니티&엔디미온의 공들인 복식과는 대비되도록 사천왕의 옷을 거의 엑스트라급으로 그려놓은 걸 생각하면

애당초 사천왕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그렇게 대단치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역시 실사판에 이르러 이들의 가치를 재발견한 실사판의 제작진이 그들의 가치를 살린 거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