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소외감」의 원 맨 플레이를 넘어

 

　 　　16.「소외감」의 원 맨 플레이를 넘어

 

 

　피오레는 마모루를 구하기 위해 소혹성까지 따라 온 우사기를 비롯한 세일러 전사 5명을, 소혹성의 지면으로부터 끝없이 솟아나는 키세니안 무리의 힘을 빌려 고통받게 한다.  그리하여 우사기=세일러 문을 십자가 형태로 매달고서, 에너지를 흡수하려 한다.  몹시 괴로워하며 마치 젖먹이와 같이 절규하는 세일러 문(이 장면의 BGM은 성가조다).  흡사 이 세상에 생명을 낳는 업을 진「어머니」가, 낳은 아이에게「어째서 날 낳은 거냐!」라며 가책을 당하는 듯한, 영혼을 깊은 곳으로부터 동요시키는 장엄함을 감춘 자극적인 장면이다.

　피오레는 우사기를 가책하며, 다른 4명의 상처입고 쓰러진 세일러 전사를 향해 외친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불행이라고 여겨 본 적 없는, 고독을 모르는 너희들이 뭘 알겠냐!」

　 이 말을 들은, 이미 전투 중에 큰 타격을 입은 다른 4명의 세일러 전사들이 마음 속으로 차례차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기 시작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심리적 클라이맥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충격적인 장면이다.

　마치, 피오레의 고독감과, 자신의 존재가 세계 전체에게 박해당하고 있는 듯이 느끼는 부정적인 투영 동일시가 그녀들에게도 전염되어, 과거의 상처부위를 다시 열어제끼는 듯이.

　「공부 잘 한다고 잘난 척 한다」라며 험담을 들으며 외톨이가 되었던 미즈노 아미.

　특이하게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점 등의 초능력을 가졌음에 주위로부터 기분 나쁜 취급을 받았던 히노 레이.

　싸움만 하는 불량 학생이라 취급받으며, 전학을 여의치 않게 되고도 새로운 학교에서도 고립되어 있던 키노 마코토.

　다른 4명보다도 전부터 세일러 전사로서의 일을 주위에 숨겨가며 하고 있었던 탓에, 방과 후의 사람들과의 사귐이 나쁨에 험담을 당했던 아이노 미나코.

　그러나 그녀들은 그러한 과거를 생각해 냄에 따라, 피오레가 마치 자신만이 세계 속에서 박해당하고 있는 듯이 비극의 주인공 행세를 하는「거꾸로 된 나르시시즘」에 분노를 느끼기 시작하며, 상처입은 몸에 남아 있는 힘을 짜내어 차례차례 일어선다(이「일어서는」장면의 작화 묘선(描線)에 넘치는 감정이입적 박진감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피오레의 발언은 그녀들의 현실에 반한 단순한 단정에 불과한 것이다.  레이가 4명의 마음을 대표하는 듯이, 어떤 연민감을 담아 피오레에게 항의한다.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우사기하고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들, 항상『외톨이』였어」

　대학교에서 학생상담을 하고 있으면, 대인부적응에 빠진 학생이, 주위의 학생 전체가 모두 친구를 가지고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고, 자신과 같은 고독한 인간을 경멸하여 따돌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하소연을 자꾸만 듣게 된다.  주위 속에서 자신만이 성 체험이 없는 듯이 여기고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학생도 절대 드물지 않다.

　그들은, 학원 안에서 겉으로는 얘기할 상대가 있는 듯이 보이는 사람조차도, 공허함이나 소외감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나, 예를 들자면 특정한 연인이 생기면 생긴대로, 여러 가지로 서로의 갈등이나 불안이나 고독이나 상대에 대한 의심이 일 있는 대로 매번 소용돌이 쳐서, 결단코 행복한 생각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심한 상처를 반복해서 겪고 있다는 등으로 나름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한다.  카운슬러가 막 되었을 시절에는,「그런 건 속 편한 고민이예요.  제 괴로움에 비하자면」이라 정색하며 맞받아치는 것에 곤혹을 겪은 적도 있다.

　「오타쿠」집단도 비슷하다.  피오레에 대해 서술했던 것을 그대로 적용시켜 보자면,「쾌적한 경험은 지금은 전부「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이나 게임이나 그러한 동호인과의 대인관계(=키세니안)」로부터 초래된 것으로서 느끼고 있으며, 모든 고통이나 불쾌한 경험은 자신(과 동료 오타쿠) 이외의, 현실의 부모를 포함한 모든 타인으로부터의 자신에 대한 박해로서 느끼고 있다…는 식으로「투영 동일시」와「대상의 분열」기제가 발생하고 있다.

　감히 말하자면, 세간 일반인들은「오타쿠」인 사람을, 안됐지만 본인이 상상하는 정도로 경멸해주고 있지도 않다.  애초부터「오타쿠」란 뭐하는 놈들인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도 않으며, 굳이 말하자면「무관심」하기까지 하다.

　「오타쿠」인 사람 자신이 느끼고 있는「주위로부터의 소외감」의 상당한 부분은「오타쿠」인 사람 내부에서 발생한, 자기자신이나 타인에 향한 음성감정(상처나 분노나 원망)을, 주위의 사람들의 자신을 보는 눈에「투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상처받거나 고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즉, 주위 사람이 자신을 박해하거나 따돌리거나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타쿠」인 사람 자신은, 스스로의 주변에 있는 살아 있는 아미를, 레이를, 마코토를, 미나코를 자기 멋대로의 착각으로「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불행이라고 여겨 본 적 없는, 고독을 모르는」행복해 보이는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런 그룹에 자신은 박해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뿐인 것이다.  그들은 애초에 현실의 살아있는 타인의 내면에 진정으로 발을 들여 본 적은 거의 없는 것이다.  사실은 자신의 공상 속에 있는『타인』과 원 맨 플레이를 하고 있는 정도가 높은 것이다.

　저작『커뮤니케이션 부전증후군(1991)』속에서 나카지마 아즈사(=쿠리모토 카오루)는, 오타쿠족은 사람을「동료인『비인간』」과「동료가 아닌『참인간』」으로 구별한다고 적고 있으나,「자기들은 태어나서 줄곧, 주위의『보통 사람』들로부터, 이유 없이 박해나 괴롭힘들 당해왔으며, 자기들의 마음은『보통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생각을『오타쿠』들은 실제로 강렬히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존재와 감정을 인정해 주는『오타쿠』끼리의 인간관계나 미디어를 통한 네트워크 내부에 집요하게 틀어박힌다.  통상적 매스컴으로부터의 취재에 대해서도,「어차피 흥미 본위의 편견에 넘치는 조소적 기사가 나올 뿐」이라며 과민하게까지 거부하기 쉽다.

　물론 일반 성인 사회나 매스미디어가「오타쿠」나 애니메이션 세계에 대해 심히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서, 진정으로 백지 상태로 선입관 없이「오타쿠」현상을 이해하려 한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이 논문을 읽다보면 알 수 있듯 현역의 애니메이션 팬¹⁾이자, 초A급의『세일러 문』오타쿠라는 것이 분명한 인간조차도, 카운슬러와 같은「현실세계」에서 하나의 권위로서 인정받고 있는 직업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만으로, 오타쿠 집단의 인사이더로부터 매우 경계당하며,「동료로 넣어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웃음>²⁾.

　종래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소외감을 그릴 때에는, 그야말로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은 부적응 학생이나「오타쿠」나 피오레의 독선적인 착각 그 자체에「오타쿠」출신인 작자 스스로도 얽매인 채(혹은 작자 쪽이「오타쿠」에 영합하는 식으로), 그 주관적이고 비뚤어진 대인인지(對人認知) 그대로의 스토리로 만들어 버리는 예가 적지 않았다.  그런 독선적인 대인인지가 얼마나 비뚤어진 것인지를, 이만큼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리얼하게 표현해낸 애니메이션 작품은 지금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아도 좋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작자가 진정한 의미로 성숙해 왔음의 증거이리라.【주】

【주】다소 이 16절 후반의 표현방식은 애니메이션 팬에 대해 일방적으로 좀 심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추가로 적는다.

　아마도, 애니메이션 팬에게 있어서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한 강렬한 관심과 기호의 발생은, 그야말로 그렇게 그 때까지 오랫동안「철거」당해 왔던, 모든 것에 대한「자발적・내발적인」흥미 발생 그 자체, (피오레와 같이)오랜 세월 동안의 정신적 방랑 끝에 겨우 찾아낸「꽃」인 것이다.  이것이 비-오타쿠적인 사람들으로부터 봤을 때, 너무나「유아적」이고 지나치게 순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어린 시절 이후 그러한 자발적인 흥미를 가져 보지 못한 채로 자라났기에 어쩔 수 없는 일면이 있다.  피오레가 어린 시절의 마모루와의 만남과 이별을「꼭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것과 같이, 애니메이션 팬 속에는「시간이 멈춰」있기에.

　불행한 것은, 그「꽃」을 내밀었을 때, 비-오타쿠적인 사람들은 그것을,「무슨 이런 걸 즐기고 있는 건가」식으로 뿌리친다는 점인 것이다³⁾.  이렇게 오타쿠가 오래 전 유년기에 체험했던 부모로부터의「자발성의 철거」시의 상처가 다시 재현되어,「반복 강박」당하는 것이 되고 만다.

　아마도 그것은 미야자키 하아오의『마녀배달부 키키(스튜디오 지브리 제작)』속에서 주인공인 키키가, 한 노부인이 손녀의 파티를 위해 보내려 하는 파이를 함께 필사적으로 구워내어, 비 속에 젖어가며 간신히 손녀가 있는 곳에 도착하나, 현관문에서 손녀가 파이 그 자체는 일단 받아들이면서도「난 이 파이 싫어하는데」라며 차가운 말을 하곤 문을 닫아버린 후의, 키키의 심각한 억울 체험과도 유사한 무언가인 것이다.

　그런 경험이 더해지는 속에서,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내면적으로 더욱 굳어져서, 주위의 눈 전반을「박해적으로」받아들이게 될 수 밖에 없는 일면도 있다.  이 사실을 좀 더 강조해 두지 않으면 불공평하리라.

　다만, 이러한 경험이 더해지는 속에서, 애니메이션 팬 자신 속에서 그러한 주위의 태도(와 그들이 느끼고 받아들인 것)가「받아들여」져서,「순수하게 작품에 빠져들거나 감동하거나 하는 것」을 자기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멸적으로 받아들이는 굴절된「삐딱하게 보는」태도를 형성하기 쉽다는 점은 굳이 지적해 두고자 한다.

　작품에「감정이입」하고, 스스로의 살아있는 현실 속에서의 심정을 중첩시켜 감동하는 식의 태도를「현실과 허구를 혼동하고 있다」는 등으로 여기거나 경멸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팬 그 자신의 애니메이션 팬에 대해선 절대 드물지는 않은 시선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오타쿠 사회 속에서 적응한「엘리트」층이 현저하게 느낀다⁴⁾.

　요컨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이번엔 자신을 상처입힌 측과「동일화」하여, 사실은 한때의 자기자신과 같이 소박하게 작품에 감정이입하는 인물을 바보로 여기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서 해소하려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안나 프로이트가『자아와 방위』에서 서술한「공격자와의 동일시」).

　이리하여, 현실세계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의 유토피아였어야 할 오타쿠 사회 그 자체가, 현실세계와 같은 소외의 구조를 내포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동료로부터「주관적」「독선적」이라 비판당하는 것을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독선적인」감상 대신에,「객관적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물론 거기서 말하는「객관적인」정보란, 이미 오타쿠 저널리즘 속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보를 인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가치가 높은 것은「관계자」로부터 흘러 나왔다고 여겨지는, 보통 애니메이션 잡지에 아직 실려 있지 않은 듯한「아직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그들에게 작품의「객관적인」분석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들은 작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는 뛰어나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작품 전체의 구조나 연출의도나 테마를 논하라고 하면, 아무리 많은 작품을 본 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놀랄만큼 무능함을 폭로한다.  그들에게는「패턴 인식」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경향과 대책을 세워서 타인이 모범해답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스스로는 론술식의 해답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수험제도의 폐해는 이러한 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웃음>.

　…이렇게 오타쿠 집단 스스로가「촌락 사회」화하여, 주위에의 영합과 자기소외 구조를 내부에서 재생산하여 오타쿠 집단 그 자체 속에서 희생양을 찾아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발적・자발적인 정서적 심취를 서로가 손상시키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그 자체가 애니메이션의 문화로서의 성장을 소외시하여, 파워를 없애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사견으로는, 도쿄 사이타마 유아 연속유괴살인사건의 용의자도 이런 식으로 오타쿠 집단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인물이며⁵⁾, 그렇게 스스로를 따돌린「오타쿠 집단」그 자체에 대한「복수」의 의미도 담아 그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리하고 있다.  적어도 오타쿠 집단으로부터의 소외가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음만은 틀림없으리라.

　그 사건 직후, 오타쿠 집단 내부에 그를 변호하려는 의견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그와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를 변명하려 하는 논조가 오타쿠 내부에 강했던 것은, 자신들이「살인자 예비군」으로서 보여지는 것을 아무리 두려워했다곤 해도, 다소 기이한 인상이 있었다.  만일 비슷한 사건을 심신장애인이나 촌락 출신자나 재일외국인이 일으켰다면? 어떻게든 용의자를 변호하는 노력도 대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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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 10년 정도의『아니메쥬』나『ＯＵＴ(미노리서방)』의 독자란을 훑어보면「아세가 코이치로」의 이름은 꽤 빈번히 찾아낼 수 있다.

2) 이와 같은 필자 스스로의 피해자 의식 그 자체가 실은 매우「오타쿠」적인 투영 동일시적 소외감 그 자체라는 면도 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만.

3) 이는 꼭 악의가 담긴「경멸적 거절」이라고는 할 수 없고, 단순한「무관심」의 표명,「정체불명의 것을 경원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만, 오타쿠인 사람들 쪽에서는 상대가「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전면적으로 수용해주지 않는」경우는 전부「잔혹한 거절」과 같이 느낀다.

4) 물론「진정으로 감동하는」것과 같은 태도를 경멸하는 것은 오늘날의 젊은이 문화 전반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5) 어떤 신문기사의 사진에 찍혀 있던, 그가 동인지의 독자교류란 앞으로 쓴 엽서 중에서「제가 받은 편지에는 반드시 답장을 씁니다」라 강조하고 있던 것이 묘하게 인상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