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야기/-뮤지컬감상기

첫 세일러문 뮤지컬은 '호평 속의 성공작'이었다!?

Endy83 2008. 1. 31. 01:20

93년의 세일러문 뮤지컬 [뮤지컬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 외전 다크킹덤 부활편]의 프로그램 북에는

당시 세일러문 성우분들이 세일러문 뮤지컬 공개를 앞두고서,

(당연하겠지만)관객들의 대부분을 차지할 세일러문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습니다.

 

 

 

 

   미츠이시 코토노

 

  세일러문이 이번에는 뮤지컬화라니.  대단하네요!! 저희들은 스태프와 함께 좀더 좋은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나갔으면 좋겠네요.

 

 

 

 

 

 

 

 

   히사카와 아야


  애니메이션이나 원작에는 없는 살아있는 무대로서의 박력 있는 세계를 즐겁게 지켜봐 주세요!!

 

 

 

 

 

 

 

 

   토미자와 미치에

  이 뮤지컬을 통해, 저희 세일러 문의 사랑의 에너지가 당신에게도 닿기를 !!

 

 

 

 

 

 

 

 

 

   시노하라 에미


  노래하고 춤추고 난리치고!! "세일러 문"의 세계에 뮤지컬이라니 딱 맞네요! 한낮의 우울함을 잊고 마음껏 즐겨 주세요!

 

 

 

 

 

 

   후카미 리카


  실제로 세일러 전사나 사천왕들을 볼 수 있다니♡ 무대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변신 씬이나 전투 씬을 즐겁게 지켜봐 주세요.

 

 

 

 

 

 

 

그 때 당시의 인식만 해도, 세일러문 뮤지컬이란

일종의, 세일러문 팬을 대상으로 한 '반짝 이벤트'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또는 특촬물 뮤지컬들이 그렇듯이 말이죠)

 

공개일의 전체 행사를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1부에서는 타케우치 나오코가 나와서 인사도 하고, 세일러문 R에 대한 얘기도 하고, 다섯 세일러문 성우들과 함께 녹음에 도전하고 세일러문 퀴즈도 푸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서,

2부에서 DVD나 비디오 등으로 알려져 있는 첫 세라뮤 '외전 다크 킹덤 부활편'을 공연했던 것입니다.

 

 

 

당시 뮤지컬 프로그램 북.

1부 게스트 코너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습니다.

 

 

 

뭐 이런 인연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뮤지컬과 엮인 성우들이 이렇게 또 특별 메시지를 적게 된 것이죠.

[사실 이 자료는 그냥 덤으로 끼워넣은 겁니다 :)]

 

 

제가 이번 포스팅에서 진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외전 다크 킹덤 부활편'이 어떻게 세일러문 뮤지컬을 2005년까지 이어지게 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당시 주연이었던 다섯 캐릭터들 -

아이돌 그룹 사쿠랏코 클럽 출신들이었죠. 

 

 

 

이 끔찍한 뮤지컬[;;;]에 대한 그 때 당시의 부모자녀 관객들의 반응을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비디오 등으로 세라뮤가 알려지기 시작한 98년쯤의 팬들의 반응을 보면 대체로 '극악'입니다.

괴롭다, 다신 보고 싶지 않다,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라는 등 ;;;

 

뭐 여러가지 괴로운 요소들이 많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시나리오 설정,

차마 보기 낯뜨거운 '선정적인 폭력장면(!?)',

그저 갑갑할 뿐인 턱시도 가면 배우의 연기,

쫄쫄이와 타이즈의 원조, 인간화된 루나와 아르테미스 orz,

관객의 환상을 와장창 깨던져 버리는 의상과 소품들,

...

 

뭐 사실 말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오랜 세월로(?) 면역이 된 저조차 참 보기 괴롭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

2000년 이후의 세라뮤부터 접하신 분들께는, 엥간한 세라뮤에 대한 애정과 포용심이 없으시다면,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을 정도죠.

 

하지만 역시 이건,

지금 사람들이 90년대 초의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들을 보며 느끼는 '괴로운 감정' 같은 종류인 걸까요?

 

95년 출간된 나카요시 애니메 북 세일러문 R의 세일러문 뮤지컬 소개 코너에서는

이 [외전 다크 킹덤 부활편]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이 뮤지컬의)호평으로 후속편이 제작되게 되었다]

 

는 코멘트가 있습니다.  또한, 94년의 [뮤지컬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 ~ 우사기 사랑의 전사에의 길] 프로그램 북에 적힌 토에이 동화 대표이사장 토마리 츠토무 씨의 메세지를 보면

 

[대단한('뜻밖의'로도 번역이 됩니다만) 호평으로 연일 만원을 이루며 성황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라는 발언도 있습니다.

(물론 이 아저씨내지는 할아버지가 토에이 동화의 업적을 예찬하기 위한 과장이 좀 있으신 편입니다만)

 

위의 두 발언으로부터, 지금 보면 끔찍하기만 한 이 공연이,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좋은 실적을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어찌되었든 확실한 건, 이 때 이 이벤트가 꽤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 후로도 세라뮤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존속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위 문장에서 제가 '세라뮤'나 '뮤지컬'이 아닌 '이벤트'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제 개인적으로는 그 때의 성공이 결코 '세라뮤(외전 다크 킹덤 부활편)' 덕분이 아니라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스토리라거나 연출 면에서,

'93년 당시의 관점으로는 아주 재미있고 스펙터클하며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연출력이었다'

라고 주장하면, 저로서는 뭐 공연 당시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꼬맹이였으니까 어떻게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만.

 

어쨌거나 이제 좀 머리가 굳은[;;;] 제가 보기엔 정말 정나미가 떨어져서 못 봐줄 정도의 형편없는 작품이라는 느낌이란 말입니다.  일본의 Plasma라는 분도 리뷰에 적으셨죠.  아이들의 성화로 극장을 찾은 부모들이 어떻게 자리에 앉아서 그 민망한 작품을 참고 봤을지 모르겠다, 라고.

(그런 형편없는 연출에 비하자면 배우들, 특히 다섯 세일러 전사를 맡았던 아이돌들의 연기라고 해야 할까, 용감성이라 해야 할까 ... 거기에 찬사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단했죠.  난생 처음으로 '연기'의 세계에 들어가자마자 그런 낯뜨거운 연기를 해내야 했으니.)

 

그래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당시 그 낯뜨거운 공연이 어떻게든 '호평'...

... 아니, 이건 대체 누구의 호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그 인기있는 만화, 세일러문'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기에,

아이들의 성화로 무턱대고 지갑 연 부모들의 돈이 꽤 많이 모인걸 '호평'이라 했을지,

스토리건 뭐건 신경 안쓰는 꼬맹이들의 환호를 '호평'이라 했을지,

작품보다 대중 사이의 인기도나 자본에 영합하는 싸구려 문화계 기자들의 기사를 '호평'이라 했을지,

 

제게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생각되는 부분입니다만,

당시 호평을 받았던 것은 어쩌면, '성우'라거나 '아이돌'일 수도 있겠지만,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의 첫 뮤지컬화, 그리고 그 뮤지컬의 상업적 성공"

 

이라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뮤지컬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으로, 만화 원작의 '콘텐츠'가, 애니메이션 아닌 다른 장르로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케이스가 된 것이죠.

요즘 문화콘텐츠 용어로 말하자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표현할 부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