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매체 공통]

세레니티의 자살이, 타살이 된 이유

Endy83 2010. 3. 11. 06:32

제목은 길이 문제도 있고 해서 짧고 의미심장하게 써버렸습니다만,
이번 포스팅 주제를 풀로 쓰자면,

 

원작에서 전생에 자살했던 프린세스 세레니티가

애니메이션에서는 퀸 베릴에게 살해당한 이유

입니다 ㅎㅎ;;

 

 

 


원작의 실버 밀레니엄에서 프린세스 세레니티가 자살하는 장면을 잘 보면,
목을 매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식이 아닌 칼로 스스로의 흉부~복부를 찌르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이 뭐 사무라이 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할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코믹스의 앞뒤 정황을 고려해서 보면 '프린세스 세레니티의 자살'의 의미는
'순결한 사랑을 지키기 위함'이거나 '한 나라의 지배층으로서의 망국에 대한 책임'으로 볼 수 있겠군요.
(단순한 두려움으로 자살했다고 치기엔 '할복'이라는 방법이 적당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애니메이션으로 가면,

같은 장면, 즉 실버 밀레니엄 멸망의 순간에, 프린세스 세레니티가 자살하기는 커녕 프린스 엔디미온과 함께
잔혹한(;;) 퀸 베릴(+퀸 메탈리아)에 의해 죽음을 당합니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둘의 염장질에 분노하신 한맺힌 만년솔로 퀸 메탈리아님이

 

 

응당한 처벌을 내리시는 모습입니다.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44화 中)

 

 

 

 

'자살'이냐 '타살'이냐,
어찌보면 그냥 단순한 설정 변경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째서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변경을 하게 된 걸까요?

.

.

.

일본에서 '할복'은 숭고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뭐 ... 말하자면
"내가 어떠한 치욕으로 고통당하느니, 차라리 내가 직접 고통으로 죽겠다"
라는 꼿꼿한 기상(?)의 표현이죠.

 

죽는 과정이 다른 죽음에 비해 훨씬 고통스럽다는 점과 함께,
그 고통을 스스로가 자신에게 부여한다는 용기에 점수를 크게 주는 겁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할복'은 아무나 아무때나 하지도 못할 뿐더러
아랫사람의 경우에는 윗사람의 허락이 있어야만 택할 수 있는;;; 한번 죽을래도 꽤나 까다로운 방법입니다.

 

(일본이 전세계 자살률 1위를 자랑하는 비결을 이렇게 '자살'을 정당화하는 역사적 배경에서 찾기도 하죠.)

 

문제는, 현대를 사는 세대에게는 어쨌거나 '할복'도 '자살'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주요 시청층인 어린이에게는 동경의 대상인 캐릭터의 자살을 눈앞에서 보여줘서
정서적으로 좋을 데가 없죠.
(교육으로 자살률 높여서 이득 보진 않을테니까요-_-)

 

또 굳이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할복(자살)' 자체가 구시대의 개념으로 전락한 현대 일본에서

 

"나라의 멸망과 애인의 죽음을 목전에 둔 공주가 자살을 택한다"

 

라는 다소 머리아픈(?) 설정보다는

 

"사악한 적의 공격으로 주인공 커플이 죽음을 맞이한다"

 

라는 설정이 누구에게나(국적을 넘어서라도) 정서적으로 공감을 얻기에 더 쉬울 것입니다.

 

결국 그런 이유로 프린세스 세레니티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자살하지 못하고 살해당하고 말았다...라는 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이죠.

 

추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종교에서 자살을 해버리면 환생이 불가능하다는 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세계의 주요한 종교는 거의 자살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최대의 죄로 여기는 종교도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자면 크리스트교에서는, 자살한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묘를 쓰는 것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니까 (자살을 해버리면) 당연히 우사기나 다른 캐릭터들처럼 일단 행복한 삶으로 환생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라고 분석한 분도 계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