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노 우사기 - 너야말로 나의 꽃
좀 고급스런 이야기를 해 보자. 어째서, 츠키노 우사기가 [세일러 문]의 주인공일까?
혹은, 어째서, 이렇다 할 장점도 없는 그녀가, 마모루나 동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극장판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 R]에서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은
그런 “츠키노 우사기의 본질”에 관해 의문을 던지고,
이로써 영화 속에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해답이란 ......
당신이라면 다음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츠키노 우사기는, 어떤 사람인가?"
이 호가 발매될 쯤에는, 극장판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은 이미 개봉했을 터이다. 우리들의 사랑하는 세일러 전사들의 영화계로의 진출인 것이다. 현명하고 성실한 팬 독자 제군은 물론, 이미 극장에 들러 보았을 것이리라.
그럼, 당신은 이 영화에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는가. 이 원고가 쓰여지는 것은, 아직 영화가 완성되기 직전인 11월 하순이다. 완성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 단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피하자. 그러나 아마 틀림없을 사실은, 이 영화가 단순히 “화려함과 재미”만을 갖춘 영화가 아니라, 강한 주장과 분명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 영화가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운 좋게도, 영화제작에 쫓겨 매우 공사다망하신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씨로부터 인터뷰를 할 기회를 얻었다. 그림 콘티를 읽은 이후, 이쿠하라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잔뜩 있었던 나와 미인 담당 편집자는 기쁜 마음으로 신바람이 나서 취재에 나섰다.
취재가 이루어진 것은, 영화의 대사 녹음 3일 후의 오전중. 원래 마른 체질이었던 이쿠하라 씨는, 긴 영화 제작기간으로 한층 더 말라버린 듯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어!”하고 손을 흔들며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마음껏 우사기쨩을 그려낸 이야기던데 하고 나는 그에게 물어 보았다.
“아, 그렇게 보이나? 그렇게 보인다면 다행인데. 전부터 계속 신경쓰이고 있었거든. 어째서, 츠키노 우사기가 주인공인걸까 하고......”
역시 그런가. 저것이야말로 이번 취재에서 가장 물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다. 이쿠하라 감독은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턱시도 가면은 언제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 나서서 우사기를 구해주는 것 같잖아. 우사기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위험할 때에는 구해주고, 대신 공격도 받고 그러지. 그렇게 아무런 보상 없이 자기를 바치는 행위를 하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거든. 만일 그런 남자가 있다고 하면, 그건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다시 말해 소녀에게 있어서,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걱정해 줄 남성은 오직 아버지뿐이지 않을까 하는 거지. 턱시도 가면이 우사기의 아버지에 상당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거기에서 역설적으로, 우사기가 아무런 쓸모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그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던 거예요.”
이쿠하라 씨는 다크 킹덤 편의 최종회인 46화에서, 마모루와 우사기의 관계에 대해, 하나의 답을 이끌어 냈다. 말하자면, 마모루는 어릴 적에 교통사고로 부모와 기억을 잃은 이래 줄곧 고독했다. 그런 고독한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위로해 준 것이 우사기였던 것. 이 영화에서도 그 때 그려졌던 마모루와 우사기의 관계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지. 그리고 치바 뿐만 아니라 세일러 전사한테 있어서도 그렇단 말이야. 미나코는 좀 모르겠지만, 아미도, 레이도, 마코토도 다들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잖아. 그런데 우사기만 평범한 가정에서 행복 속에 자라났어. 그게 굉장히 신경쓰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했지. 그리고 치바와 세일러 전사인 우사기에 대한 감정도. 그래서 그걸 뚜렷하게 드러내는 식으로 피오레를 그리고자 한 거예요.”
이 이쿠하라 씨의 발언에는 좀 보충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아미, 레이, 마코토 이렇게 세명은, 부모와 생이별하거나 사별하였다. 또한 아미는 천재소녀라는 이유로, 레이는 영력을 지닌 소녀라는 이유로, 마코토는 그 강한 완력을 이유로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처지였다. 그럼, 그녀들의 우사기에 대한 마음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는 대로다. 우사기가 그 천진난만함과, 누구하고도 주저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허물 없는 성격으로써 고독했던 세일러 전사들의 마음을(물론, 본인은 그런 자각 따위 없이) 구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세일러 전사의 그 마음이 그려지는 대목은, 감동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되었으리라.
“내가 어릴 적에 라디오에서 생물학 실험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쥐 모자를 가열한 철판 위에 올려놓으면, 처음에는 뜨거워서 도망치려고 갈팡질팡하다가 자식이 어머니 위에 올라탄다고 해요. 그런데 잠시 있다가, 일정 온도를 넘어가면 어미 쥐라는 것이 자식을 떨궈버리고 자식 쥐 위에 탄다는 거야. 그러니까 모성본능도 종족보존본능의 일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라는데, 그 이후로 모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물론, 인간의 모성이라는 건, 그런 단순한 얘기가 아니지만, 내가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게 초등학생 정도였을 때였으니까, 그 때 당시는 꽤나 쇼크를 받았단 말이죠.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이번 클라이막스에서는 [키세니안, 피오레] 쥐 모자와, [세일러문, 세일러 전사, 치바 마모루]로 이루어진 쥐 모자 이렇게 두 팀을 동시에 철판 위에 올려놓는 얘기로 만들어 버리자 했던 겁니다.”
이쿠하라 씨는 이번 스토리를 [두 개의 모성의 대결]으로서 다루고 있다. 즉, 세일러 전사나 마모루의 마음의 지지대가 되어 있는 츠키노 우사기의 모성과, 스스로의 보호하에 있는 피오레를 이용하는 키세니안의 모성의 대결이다.
“키세니안은, 단순히 종족보존만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모성으로서 표현하고 있지요. 세일러 문의 행동이 이에 대한 대답. 다만, 세일러 문이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죽는다는 식이 되면, 그건 자기희생이 되고 말아. 자기희생은 결국 자살이니까, 나한테는 별로 좋은 일 같지가 않거든.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조심했지요.”
클라이막스. 소혹성 위에서의 생사를 건 싸움 속에서, 두개의 모성의 자세가 혹은, 두 팀의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그려진다. 그 싸움 속에서, 자기가 마모루에게 줄 작정이었던 꽃을 잃어버린 피오레는, 이제 죽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하고서 세일러 문의 가슴을 움켜쥔다. 그리고 피오레가 세일러 문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가진 순간, 세일러 문의 가슴으로부터 은수정이 꽃의 형태로 출현한다. 이미 세일러 문의 가슴으로부터는 리본이 꽃잎처럼 등뒤로 펼쳐져, 그녀의 가슴을 중심으로 커다란 꽃이 핀 듯이 보인다. 피오레는 “꽃이다!”라며 놀란다.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꽃]의 모티브가 수없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꽃의 의미는? 그런 것까지 감독에게 말하라고 하는 것은 관객으로서 반칙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쿠하라 씨에게 물어보았다.
“상당히 관념적으로 그리고 있지요. 말하자면, 세일러 문의 존재 자체가 꽃이다 라는 겁니다. 뭐, 그렇게 말로써 딱 말해 버리면 시시하지만, 그런 것을 영상에서 그려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했습니다. 피오레가 가지고 있던 꽃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지만, 세일러 문의 꽃은 스스로의 가슴에서 피어난 겁니다. 좀 민망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 그 자체의 존재를 내밀어 [꽃입니다]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죠.”
과연. 드디어 이야기는 중심핵으로 닥쳐왔다. 세일러 문 자신이 꽃이라는 것은, 이야기상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인간은, 주위의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어요. [나 자신은 불행하지만 그만큼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간은,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거 아닌가 싶은 겁니다. 어째서 세상의 아이돌이 인기를 모으고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지는가 하면, 그건 아이돌 본인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일 거예요. 피오레는 어딘가 스스로를 비하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상, 주위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사기는 아이돌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리라. 우사기는 그녀 스스로가 행복하기에 주위의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아이돌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꽃]으로서 표현된 것이다.
“저는 이 영화를 [세일러 문]의 총결산으로 만들 셈이었습니다만, 총결산이 되었는지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제가 이러한 [세일러 문]의 본질적인 부분으로부터 테마를 이끌어내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이게 마지막일 겁니다.”
출처 : 94년 NEWTYPE
번역 : E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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