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이야기/-그외의자료

[스크랩]세일러문 평론

Endy83 2005. 3. 20. 16:55

HOT, god, 백스트릿 보이즈, 독수리 오형제, 슬램덩크


이들의 공통점은 5인 전대의 인해전술.

주인공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홀로 표표히 거닐며-보통 영웅은 고독하다- 수많은 팬들의 가슴에 활시위를 당기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요즘은 저 혼자 잘난 인물보다는 팀 플레이어가 어디서고 더 환영받는 세상이 되어버려 이 고독한 영웅들이 발붙일 데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다섯씩 조를 짜서 떼로 덤벼들면 보는 사람은 취향에 맞는 하나쯤은 대충 골라잡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인해전술의 핵심, 캐릭터의 종합선물세트다.


종합선물세트의 극치인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은
1) 다섯 명도 아닌 무려 아홉 명의 세일러 전사, 미래에서 온 두 딸내미 치비우사와 치비치비(이 글 가져온자:으잉?), 훗날 남편이자 현재 조력자인 턱시도 가면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캐릭터 물량공세,


2) ‘남장여인’과 더불어 최고의 흥행요소였던 변신 - 쾌걸 조로, 밍키, 새로미... 심지어는 켄신도 발도제로 변신하지 않던가.


3) 세일러복이 가진 은밀한 성적 환상
까지 전략적으로 동원하여 시청자를 사로잡은 90년대의 가장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나카요시’라는 일본의 소녀대상 만화잡지에서 출판만화로 원작을 연재하던 타케우치 나오코는 <세일러문>의 어마어마한 상품성을 눈여겨본 도에이(東映)사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입어 세계 곳곳에 팬을 둔 일약 신데렐라가 되었다.


<세일러문>은 총 200화. 원산지(?)인 일본에선 아사히TV를 통해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에 걸쳐 무려 5년간 방송을 탔다. 세일러문, 세일러문R(Return or Romance), 세일러문S(Super), 세일러문SS(SuperS), 세일러문SSS(Sailor StarS)의 다섯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고, 각 시리즈마다 감독과 작화를 다른 사람이 담당했기 때문에 그림이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97년 봄부터 그 엄한 KBS를 통해 공중파를 타기 시작해 세 번째 시리즈까지는 무사히 방영을 마쳤다. 네 번째에 가서는 국내 실정에 맞지 않은 설정-악당들이 여자 사진을 늘어놓으면서 희생양을 정하는 등- 때문에 앞을 한참 떼어먹은 채로 뒷부분으로 건너뛰어 버렸고, 마지막 시리즈는 과감한 수정을 거쳐 ‘국내 사정에 맞게 고치는’ 바람에 원작과 아예 따로 놀았던 비운을 감수해야 했다.


(과감한 수정이 무엇이었냐고? 평소엔 미소년 아이돌 스타, 변신하면 성별이 바뀌어 펑크 스타일의 가죽의상을 걸친 쭉쭉빵빵 미녀가 되는 쓰리라이츠를 평소에 ‘남장’하고 다니는 삼인조 미소녀 아이돌 그룹으로 설정해 버린 것. 덕분에 원작에선 ‘남자’의 몸으로 세일러문 우사기에게 대쉬하는 세이야가 ‘한국의 실정’에 맞춘 후로는 동급생 여자애를 좋아하는 보이시한 여자애, 라는 더더욱 엄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방영된 마지막 시리즈는 한국보다 한 술 더 떴단다. 쓰리라이츠는 이탈리아에선 이란성 쌍둥이 집단이 되어 학교를 다니는 건 남자애들 쪽, 세일러 전사로 변신한 모습은 여자애들 쪽. 나라 한복판에 교황청이 있어서 그런걸까요?)


세일러문, 세일러문R 이 두 시리즈까지 등장하는 세일러 전사들은 내행성(수, 금, 월, 화, 목)의 다섯 명. 세일러문S부터 등장하는 외행성(토, 천, 해, 명)은 네 명. 이들에게 지구,도 아닌 우주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캐릭터 만찬인 세일러문에서 태양계방위임무를 맡은 이들의 프로필을 일단 보자.


세일러 문: 츠키노 우사기(月野 うさぎ)
세일러문쯤 되면 ‘CEO 세일러문’ 내지는 ‘세일러문의 인간경영’이란 책이 나올 법하다.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사랑’과 ‘정의’ 전략 덕분에 의심 많던 적들도 우리편도 하나하나 포섭된다. 미래에선 ‘퀸 세레니티’로서 달빛왕국 경영에 여념이 없다. 덜렁대고, 실수투성이 임에도 인간관계에서는 리더형. 페트는 달빛 왕국에서 온 고양이인 ‘루나’. 역시 미소녀에겐 페트가 있어야 한다는 공식에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세일러 머큐리: 미즈노 아미(水野 亞美)
모범생. 전교 일등. 특기가 수영이다. 세일러 조직에서는 리더보다는 브레인. 철딱서니 없는 친구들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아미와 공부한 덕에 나머지 내행성 전사들은 마지막 시리즈인 세일러문스타즈의 시작과 더불어 무사히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세일러 마스: 히노 레이(火野 レイ)
KBS 방영 때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 아이는 사실 신사를 지키는 무녀다. 그 때문에 기모노 차림이 잦아 죄다 짤렸던 비운의 캐릭터. 우사기와는 틈만 나면 서로 갈구는 사이. 우리나라에선 엑스파일의 ‘스컬리 요원’의 성우인 서혜정씨가 레이의 목소리 연기를 하는 바람에 KBS쪽 제작팀이 가끔 그 점을 노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세일러 비너스: 아이노 미나코(愛野 美奈子)
‘비너스’답게 남자와 연애에 관심이 많지만, 세일러문과 턱시도 가면이라는 궁극의 바퀴벌레 커플이 나오는 바람에 성공사례가 나온 적은 없다. ‘루나’의 미래 남편인 ‘아르테미스’라는 고양이를 달고 다닌다.


세일러 주피터: 키노 마코토(木野 まこと)
큰 키의 스포츠 소녀다. 완력도 장난 아니다. 오히려 그 점이 콤플렉스. 본인은 쿠키를 굽고 발렌타인 초콜렛을 만드는 등 요리, 재봉 같은 작업을 굉장히 선호하지만 워낙 타고난 등빨덕에 섭렵하지 못한 스포츠가 없다. 세일러 전사로서는 돌격대장 역할- 역시 몸으로 때우는 팔자인가;;;


세일러 새턴: 토모에 호타루(ともえ ほたる)
병약 미소녀로 등장하지만 내부에 “침묵의 메시아”를 봉인시킨 가공한 힘의 소유자.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토모에 박사가 그의 음험한 야심을 이루기 위해 키우던 아이. S시리즈에서 침묵의 메시아로 부활하여 지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지만, 세일러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으로(...) 갓난아이로 다시 돌아간다. 나머지 외행성들이 갓난아기 호타루를 키움.


세일러 우라누스: 텐오 하루카(天王 はるか)
남장 미소녀. 자동차 레이서, 육상 선수이고 이런 캐릭터들이 흔히 그렇듯이 어딜 가나 구름떼 같은 소녀팬들을 몰고 다닌다. ‘귀여운 여자애들’만 보면 참지 못하고 꼬시는 성격. 그러나, 세일러 전사로 각성한 이후부터는 은근히 무서운 미치루에게 꽈악 잡혀 사는 몸이 된다.


세일러 넵튠: 카이오 미치루(海王 みちる)
양갓집 아가씨 타입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화가 지망생이지만, 세일러 전사로서의 고된 임무 때문에 미래의 꿈을 포기한 상태.(세일러 전사들이 전형적으로 겪는 좌절패턴;;) 마치 지구를 구하는 숭고한 임무에 투신한 듯 보여도, ‘하루카 없는 세상 따위 내가 뭐하러 지켜’라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악당에게마저 “네가 그러고도 정의의 전사냐”라는 쫑코를 먹는다. 세일러 머큐리와는 수영을 놓고 라이벌관계다. 하루카와는 연인사이(물론 국내 방영분에선 상당부분 걸러졌다).


세일러 플루토: 메이오 세쯔나(明王 せつな)
“시간의 문”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세일러 조직에서 가장 연장자이고, 그 때문인지 평소엔 항상 쓰리피스의 정장차림.


턱시도 가면: 치바 마모루(ちば まもる)
비록 현재는“지금이다, 세일러문!”이나 외치는 시시한 역이긴 해도, 미래의 달빛왕국에선 퀸 세레니티의 배필인 ‘킹 엔디미온’이다. ‘마모루’라는 이름부터 ‘지켜주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름의 업이 커서 그는 세일러문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필살기인 장미꽃을 던지며 악당을 교란시키고 그 틈을 타 세일러문은 얍삽하게 승리한다. 역시, 악당은 허망해.